블랙스완의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이 만들었다고 해서 기대했으나... 생각보다 더 괜찮았던 영화. 후후.
예전에 극장에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를 보던 중, 예수 손바닥에 못 박는 장면에서 갑자기 누가 '아버지!' 하고 외치며 하늘로 양팔을 뻗어서 놀란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 이 영화는 그런 건 없었다. 그럴만한 장면도 없었고.
간혹 보면 문학이 원작인 영화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 원작을 읽어 본다는 사람들이 있다. 지식in 같은 곳에 물어 보기도 한다. '어떤 영화를 보려고 하는데 원작을 보는 게 이해에 도움이 될까요?' 하고 말이다.
난, 거의 안 그런다. 영화의 묘미는 길어도 3시간 정도에 어떤 문학의 정수를 담아내는 데 있는 것이다. 당연히 원작에선 내쳐지는 부분이 있고 어느 부분에선 극적 전개를 위해서 변형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니, 어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원작 훼손이라느니, 기대보다 실망했다는 말이 나오기 마련인 것이다. 난 그런 이유로 원작을 잘 안 본다.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아까워서고, 두번째는 어느 한쪽의 감상이 다른 한쪽의 감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영화를 먼저 보거나, 영화의 원작이 된 무엇을 먼저 보거나 마찬가지다.
아무튼, 이 책의 원작은 성경이다. 특히나, 그중에서도 누구나 다 아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다. 그러니,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얼마만큼 재미있게 들려 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영화를 보고 원작을 심하게 훼손했다느니 할려거든, 차라리 성경책을 읽으세요. 하하.) 물론, 나도 그간 들어온 다른 이야기에 지배를 받지 않을 순 없다. 노아의 방주가 사실은 메소포타미아 지역 설화의 변형이라느니, 공룡이 노아의 방주에 못 타서 멸종 했다느니 그런 것도 상관없다. 그저 영화의 서사가 자연스럽길 바랬고, 블랙 스완에서 보여준 미학을 다시 한번 확인하길 원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꽤 재밌게 봤다. 이 영화는 SF영화에 가깝다. 넓게 보면 판타지물 같기도 하고. 특히, 추락천사인 감시자들의 승천 장면은 압권. ㅋㅋ 디아블로 하는 줄.
현재 네이버 평점이 6.52 인데.. ㅋㅋ 이렇게 처참하게 까일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ㅎㅎ 아마도 원작을 읽어 본 사람들의 분노가 반영된 것일테지. ㅋㅋㅋ 기독교 문명에 사는 서양인들도 7.9 인데(IMBd 기준). ㅎㅎㅎ
배우들의 의상이 거적떼기 같으면서도 잘 보면 폴로 랄프로렌 스타일인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모르겠다. 옷들은 멋있더라. 옷의 디자이너가 영화 '트론(Tron)' 의 의상도 맡았었다고 하는데 디자인을 참 잘하는 것 같다.
2014.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