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잃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것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다.'
누가 한 말인지 찾을 수가 없다. 분명히 봤는데 말이지. 나에겐 사진이 그런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진은 분명 취미였는데 어느새 직업이 되었고 거의 십수년째 내가 먹고 사는 수단이 되어 버렸다.
물론,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나쁜 점은 무엇보다도 재미를 잃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제 사진은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내는 그 무엇'이 아니라, '난 대충해도 이 정도야..' 라는 것이 되어 버렸다. 목수를 예로 들어 보자. 초보로서 서툴게나마 무슨 그릇 비슷하게 생긴 걸 만들어 내던 때가 즐겁겠는가, 생계를 위한 멋진 가구 만들기가 즐겁겠는가?
하지만, 사진의 모든 것 자체가 시시해진 것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나에겐 포토샵 보정이 질리지 않는 영역에 가깝다. 어떤 사진을 집중해서 수정하고 있다 보면 무언가 희열 비슷한 게 느껴지는 것이다.
촬영이 좋은 목재를 자르는 단계라면, 보정은 나무 깍기인 것이다. 어떤 사진은 보는 순간 좋은 결과물이 보인다. 마치, 커다란 바위덩이를 조각해야 하는 조각가의 심정이 그럴까? 좋은 재료를 만나면 가벼운 흥분을 느낄 조각가의 기분을 어렴풋하게나마 상상할 수 있다.
아무튼, 그렇다고 사진 촬영도 완전 흥미를 잃어 버린 것은 아니다.-직업인데 그렇다고 하면 안되지- 순수한 사진 촬영의 감정과 가장 비슷한 기분을 주는 것은 여행을 갔을 때 같다. 내가 거의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고 그저 관찰해야 하는 생경한 느낌과 낯선 공간들이 날 겸허해지게 만든달까?
이런 사진이 그런 예가 아닌가 싶다. 비가 오는데 우비까지 걸치고, 카메라가 비에 맞을지도 모르는데 사진을 찍는다. 일이었어도 이렇게 찍었을까? 사진. 그리고, 글에 다시 재미를 느끼고 싶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