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사진관련 수업을 했을 때 수업을 들으러 온 수강생 중 한 분이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인생네컷 창업을 고려중인데 전망이 어때요?'
그 분은 사진의 '사' 자도 잘 모르는 분이었는데, 어디서 이런 사진수업이 있다는 걸 들으셨는지 일단 사진에 대해서 좀 배워 보고 창업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중이신가 싶었다. 내가 해당 사업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좋다 나쁘다 말하기는 힘들지만, 내가 생각하는 점들을 적어 볼까 한다.
우선, '인생네컷' 을 비롯하여 '하루필름', '포토이즘' 등이 유명한 것 같다. 내가 모든 인스턴트 사진 체인점을 다 이용해 본 건 아니지만, 몇 군데 가 보니 패턴은 얼추 비슷하다.
1. 옛날에 유행했던 스티커사진과 비슷하지만 카메라가 DSLR로 바뀌었다. 좋은 화질을 위해서 같은데... 사진 부스 전체에 포커스를 맞춰야 되니 심도가 깊을테고, 결과적으론 스티커 사진보다 좀 더 선명한 느낌의 사진이 나온다.
2. 원래 컨셉은 자연스러운 포토부스 느낌일테지만, 그래서야 손님이 오나? 가발도 놔두고, 선글라스도 놔두고, 인형도 놔두고.. 이런 저런 것들이 가게에 비치되어 있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에 만지기도 찝찝하고 퀄리티도 구려서 오히려 가게 이미지에 마이너스만 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3. 촬영되는 화면과 결과물의 차이가 심하다. 이게 나름 전문가라서 신경 쓰이는지, 다른 사람들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이는 사실 꽤 심각한 문제다. 화면에서 봤을 땐 예뻤는데 뽑아서 보니 사진이 탁하고, 색감이 붉으락 푸르락하면 어떤 여자들이 좋아하겠나? (고객의 절대 다수는 여자일테니)
4. 최신 유행답게 QR 코드 등으로 사진 파일을 볼 수 있는 것 등은 괜찮은 요소다.
5. 가격은 5천원 정도인데 이 정도면 저렴하지 싶다. 스티커 사진 가격도 그 정도 하니까. 딱, 재미로 찍을 수 있는 가격의 마지노선인듯. 만원이면 이걸 찍을까?
6. 요샌 이걸로 증명사진을 찍는 학생들도 있다는데, 학교에서 빠꾸를 먹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증명사진 사이즈 옵션이 나오면 더 잘 되지 않을까? ㅎㅎ
결론은 그냥 '스티커 사진' 업그레이드판 느낌이다. 스티커 사진은 왜 사라지고 있을까?
- 출력된 사진이 너무 작고 화질이 구려서
- 온라인 전송이 안 돼서
- 그저 유행이 지나서
-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기 시작한 이후로 사람들은 출력물의 가치를 더 낮게 잡기 시작했다. 출력된 사진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고, 파일만 있으면 인스타그램 등에 올릴 수 있다. 그러니, 사진 파일을 받을 수 있는 건 분명한 장점이다. 다만, 앱으로는 보정도 되고 훨씬 뽀샤시 하게 나오는데, 하루필름을 찍어야 될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창업을 하시려는 분들이 고민해 보시길.
- 유행이 지났다. 하루필름, 인생네컷 이런 것들은 당연히 유행을 타는 사업이다. 얼마나 오래 갈까? 요즘엔 어지간한 번화가엔 적어도 한두개 이상씩은 꼭 있다. 차별점은 무엇을 둘 수 있을까?
- 이 사업은 1층에서만 가능하다. 스티커 사진 때는 그래도 2층까지는 걸어 올라 갔던 것 같다. 지금은? 나 같으면 절대 안 간다. (돈 내고 사진 찍을 일 자체가 별로 없지만... ㅎㅎ) 말인즉슨 비싼 월세를 치뤄야 한다는 것인데 월 150 이상만 월세를 내도 수익성은 어떨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 주로 어떤 때 찍나? 술 먹었을 때,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과, 정말 할 거 없을 때, 특별한 날에, 내가 예쁘다 생각할 때. 다른 오락거리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 주로 누가 찍나? 주로 10~20대 젊은 여성들(과 이들이 끌고 온 남성). 어느 지점에서 차별화 해야 할지는 고민해 볼 일 같다.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 봤는데 어쨌거나 난 해당 사업을 해 본적이 없는 사람이다. 사업이란 게 원래 꽂히면 남의 말은 귀에 안 들어오게 마련이다. 열심히 잘 하면 잘 될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