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이었나? 고등학교를 다닐 때의 일이다. 여느날처럼 친구들과 학교 앞에 있던 상점들을 지나가고 있었다. 우리학교는 매점이 없었으므로 도시락 이외의 음식을 먹으려면 바깥에 나가야만 했다.
한 가게 앞을 지나는데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났다. 무슨 냄새지 싶어서 봐 보니 주인 아주머니가 뭔가 노릇노릇하고 얇은 빵 같은 것을 굽고 있었다. 바로 크레페라고 하는 음식이었다. 그때는 들어본 적도 없는 생소한 음식이었다.
아주머니는 우리에게 한번 먹어볼 것을 권했다. 갓구운 크레페에 잼과 과일 야채가 들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급식이란 것도 없어서 점심, 저녁 도시락이나 두개씩 갖고 다니던 때였기 때문에 그 맛이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아주머니는 자신이 이걸 장사해 볼 것이라며 가격은 700원으로 잡았는데 어떻겠느냐 물었다. 그때 당시 떡볶이 한접시가 500원 이었고, 병콜라가 350원 정도 하던 때였으므로 가격은 지금 생각해 봐도 꽤 저렴한 편이었다.
그로부터 몇년이 지난 뒤에야 '서태지가 일본 하라주쿠에서 즐겨먹던 크레페' 어쩌고 하는 걸 들었으므로 그 아주머니는 정말 빠르게 크레페 장사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그 아주머니를 본 기억이 없다. 이유는 모르겠다. 장사를 시작 안 해서 못 먹은 것인지, 장사를 시작했는데 내가 몰랐던 것인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크레페가 정말 맛있고 아주 잘 팔릴 것 같다'고 말해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