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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쉬블레라르 (Subleyras Pierre)의 '나귀 안장'
나귀 안장은 17세기 프랑스의 우화작가 라퐁텐의 이야기를 소재로 그린 그림이다. 화가가 어느 날 먼 길을 떠나게 되었는데, 펴소에 의처증이 있던 터라 아내의 행실에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화가는 고심 끝에 아내의 은밀한 곳에다 붓으로 나귀를 한 마리 그려 놓기로 했다. 만약 정숙한 아내라면 화가가 집에 돌아왔을 때 붓으로 그린 나귀가 그대로 남아 있을 테고, 남편 몰래 바람을 피운다면 나귀가 지워져서 없어질 테니, 음란의 증거를 확실히 잡게 될 것이었다.
이 그림은 지금 화가 남편이 아내의 아랫배에 나귀를 그리고 있는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그러나, 화가가 집을 비우기 무섭게 아내는 애인을 불러들인다. 상대는 다름 아닌 이웃집 하가였다. 요부의 남편보다 그림 솜씨가 한 수 위였던 그는 흠뻑 땀을 쏟고 난 뒤에 나귀가 지워진 자리에다 감쪽같이 새로 한 마리를 그려 넣었다고 한다. 원천기술을 빙자해서 바꿔치기를 한 것이다. 그러나, 재주를 뽐내는 자는 제가 판 구덩이에 빠지는 법. 나귀를 새로 그리면서 원래 없었던 안장을 얹어 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바람둥이 아내의 비밀행각이 탄로 났음은 물론이다. 그 후 '나귀 안장' 은 프랑스에서 어설픈 바람둥이를 뜻하게 되었다는 말씀.
글쓴이 : 노성두 (서양미술사학자)
출처 : Booksetong 2006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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