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유대인에 대해서 아는 것은 무엇일까?
이집트 왕자란 에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엄청난 포스를 지닌 모세의 민족들? 자신들의 동포였던 예수를 십자가에 메달리게 한 민족?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악독한 상인 샤일록이라는 인물같은 민족? 히틀러가 700만명이나 죽였다는 그 민족? 시온의정서를 작성한 프리메이슨의 세계 정복 야욕?
사실 내가 유대인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것은 대체로 금전적인 이유에서 였다고 할 수 있다. 돈버는 방법 혹은 세계의 부자들 같은 책을 보면 유대인의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단순하게 말해서 나도 ‘돈버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유대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그들이 세계의 모든 돈을 다 쥐고 있고 그들이 있는한 비유대인은 결국 돈의 노예로만 살게 될 뿐이다.’ 라는 식의 괴상망측한 음모론적 경제관념을 갖은 적도 있다.
뭐, 아무튼 궁금한 것도 많고 한편으로는 존경스럽기도 해서 유대인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런 저런 책들을 보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그렇게 싼 값도 아니고 짧은 분량도 아니지만 결국 세권을 모두 사고 말았다.
우선 1권은 제목처럼 성경에 적힌 유대인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출애굽에서부터 이스라엘 성전 건설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구약에 나온 신화 + 역사의 형태를 띠고 있다. 놀라운 것은 4000년이라는 역사가 이처럼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게 놀랍고도 부럽다. 1권에서 예수의 탄생 이야기를 다루는데 그 부분은 생각보다 짧게 다루었다. 오히려, 예수에 대한 이야기보다 예수의 탄생 이전과 이후의 역사적 배경속에서 다루었단 점이 오히려 괜찮았던 것 같기도 하다.
2권은 디아스포라로 인해 전세계로 흩어진 유대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유대인들이 전세계의 경제를 뒤에서 좌지우지 한다는 음모론적 관점이 이때에 생겼다고 볼 수 있는데, 끊임없는 박해의 역사도 그와 연관이 있다. 또한, 이 때쯤 게토라고 하는 강제 거주지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사회적인 체제를 통해 유대인들을 박해했던 역사를 보여준다. 단순히 이방인들을 대하는 방법으로는 너무 유별나지 않은가. 때에 따라선 게토가 바깥보다 더 안전했던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대체로 게토라 함은 사회적인 분위기가 한 민족을 어떻게 대할 수도 있는가 하는 교훈을 준다.
3권에선 서유럽, 동유럽, 아울러 미국까지 이르는 전세계적인 유대인들의 활동들을 살펴 보는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던 유대인들의 원동력의 원인(책에선 높은 소득으로 인한 높은 교육 수준)과 그 결과에 대한 사회적인 반응들에 대해 다룬다. 또한, 유대인 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는 다시 한번 어떻게 독일이라는 선진 문명이 한 민족을 학살하는데 그처럼 힘을 모을 수 있었냐고 하는데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시오니즘이라고 하는 유대인들의 종교적인 기원을 가진 사상에 대해서 다루는데, 시오니즘을 종교적인 안착과 메시아의 출현이라는 요소가 없이 단순히 성지만을 되찾는 것을 지상과제로 생각한 무리들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유대인들의 집단이 있었다는 것도 신정사상과 법치체제 사이의 갈등에 대한 관점을 제공해 준다. 이러한 부분은 확실히 독특하고도 부러운 요소다.
유대인들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고 보다 현실적인 눈을 가지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적인 눈을 갖는 것과는 별도로 그들이 분명 범상치는 않은 민족이며, 유대인들에게 어떤 모습을 기대했건 단순화 시키긴 힘든 민족이라는 생각을 갖게 될 것 같다.
하나의 민족을 단순화 시킨다. 참 쉽고도 간편한 일이지만 그러한 생각이 얼마나 큰 슬픔과 대립을 낳았는지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