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찾은 책인데 철학 코너였는지 경제학 코너였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제목만 보면 철학관련서적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경제학자’ 라 불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경제학자’ 라는 진부한 표현대신 세속, 말 그대로 현실생활속에서의 철학자라 할 수 있는 경제학자들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책(번역판)의 끝부분에는 역자 후기가 있는데, 워낙 수준높은 해석이라 여기에 내가 누추한 독후감을 써봤자 내 손만 챙피해질 터. 그래서, 난 여기에 개인적으로 경제학에 대해서 느끼는 바나 적어둘까 한다.
경제학은 내가 대학에서 전공으로 하고 있는 학문이긴 하지만 수업을 듣다가.. 아니지, 대체로 난 수업을 거의 잘 안 듣지.. 주로 시험기간이 되면 ‘내가 대체 이걸 왜 배우고 있는걸까?’ 하는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곤 한다. 그리고, 난 유독 시험기간이 되면 도서관에 가서 알 수 없는 독서열에 불타게 된다. 물론, 전공과 상관없는 책들이다.
내가 그렇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내 생각엔 수학이 너무 많다는 데 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일단 내가 수학을 잘 못 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교수님들이 수학공식을 적어가며 설명을 해도 ‘아하! 저게 그걸 묘사한거구나!’ 라는 납득이 가질 않는다. 그저, 내가 머리가 나쁜 것 뿐일까? -_-;;
그렇다면, 대체 그런 방식의 경제학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냐고 묻는다면 난 자신있게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것에 대한 대안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이 세상이 그렇게 수학처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공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어느 정도 분석의 수월성을 보장하긴 하겠지만 말 그대로 자신이 원하는 답을 원할 때의 수월성같은 거랄까?
아무튼, 나는 지금 독후감을 쓰고 있는 ‘세속의 철학자들’ 같은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이러이러 해서 균형상태가 옵니다.’ 라고 달달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가 등장하여 그동안의 고정관념에 도전을 했고 이는 이러저러한 의미가 있다~.’ 라는 식의 이야기가 훨씬 재밌기도 하고 독자 스스로에게 생각 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알기 쉽고 재밌게 엮어놓은 책들도 있는데, 그렇게 어려운 말들과 수학으로 경제학을 배우면 머합니까.세월 다 지난 죽은 학문이나 달달 외우고 있으면 대체 뭐가 나올 수 있겠습니까? 아니, 뭐가 나오고를 떠나서 대체 세상을 얼마나 설명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뭐하러 4년이나 배우는건지..
아, 그리고 책에서 인상깊게 본 내용이라 적어둔 부분.
헨리 로저스(Henry Rogers, 1840~1909)와 윌리엄 록펠러가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아나콘다 동광회사를 매입한 사건은 정말 현란한 사례이다. 그들의 수법은 다음과 같았다.
1. 로저스와 록펠러는 아나콘다 회사의 자산에 대한 대가로 마커스 데일리에게 3900만 달러의 수표를 주었다. 단 조건이 있었는데, 데일리가 이 수표를 내셔널시티은행에 예치하고 특정한 기간 동안 돈을 찾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2. 곧이어 이들은 ‘통합동광회사(Amalgamated Copper Company)’ 라는 가공의 조직을 설립하고 자신의 사무원들을 명목상의 이사로 임명했다. 그리고 그 가공회사가 아나콘다를 구입하도록 했다. 현금이 아니라 이 목적을 위해 간단히 인쇄한 가공 회사의 주식 7500만 달러로.
3. 로저스와 록펠러는 자신들이 마커스 데일레에게 준 수표를 지불하기 위해 내셔널시티은행으로부터 3900만 달러를 대출하고, 담보로 통합동광회사 주식 7500만 달러를 제공했다.
4. 그들은 (브로커를 통해 요란하게 선전한 다음) 이제 통합동광회사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아 7500만 달러를 손에 넣었다.
5 .그들은 그 판매대금으로 내셔널시티은행에 진 빚 3900만 달러를 갚고 나머지 3600만 달러는 거래에서 얻은 이익금으로 제 주머니에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