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친이 어떤 책을 한권 펼치며 나에게 물었다.
‘이거 띠지 버려도 되죠?’
솔직히 난 그걸 따로 버려야 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띠지가 아까워서 놔둔거나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걸 버려야 할 이유도 없거니와 버리는 행위 자체를 귀찮아 했던 것 같다. 아무튼, 그 질문을 듣고선 버려도 된다고 대답하고 나니 전에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책들에 둘러 쌓인 띠지는 원래 일본에서 먼저 시작된 게 우리나라에도 넘어 온 것이며 쓸데없는 비용과 노동을 낳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생활에 달인’ 이라는 프로그램에 띠지 두르기 달인이 나왔던 게 생각났다. 그 달인은 다른 게 아니라 그 띠지를 엄청 빨리 둘르는 재주가 있었던 것이다. 즉,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이란 소리다. 어떤 책이 시중에 만권이 풀린다면 누군가는 만번을 그렇게 띠지를 둘러야 한다. 그렇게 하는 데 드는 비용은?
‘북 스피어 띠지의 비밀 – http://booksfear.com/443‘
위의 글에 보면 나와있지만 책 한권의 띠지를 첨가하는 데 드는 비용은 3,40만원 정도이며, 출판사 관계자의 표현에 따르면 ‘그보다 싼 광고는 없다’ 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그리 큰 낭비는 아닌 듯 하다. 독자들의 86.7%는 띠지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하나, 출판사의 경우는 띠지를 안 할 필요성을 찾기 힘들지 않을까?
책 띠지는 필요한 것일까, 그저 쓰레기에 불과할까?
음. 나같은 경우는 위에도 썼지만 띠지를 버리는 노력을 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띠지가 있어야 되는지 없어야 되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띠지가 일정 부분 책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정 할 수 없다. 가령,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꼭 읽어야 할 책’ 이라는 식의 광고 문구는 거의 띠지에 쓰여 있기 때문이고, 나는 그런 것들에 영향을 받곤 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나에게 띠지보다 좀 더 특별한 느낌을 주는 것은 하드커버 책의 겉을 감싸고 있는 커버종이다. 띠지를 버리지 않는 이유와 별로 다를 것 없이 커버종이도 대부분 버리지 않는 편인데, 어쩌다가 커버종이를 벗기게 되면 그동안 그 책이 주고 있던 느낌과 매우 다른 느낌의 속살을 드러내는 것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하드커버로 사용되는 종이에 화려한 인쇄가 힘들다거나 혹은 화려한 인쇄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럴텐데, 그 속살이 맘에 들어서 커버종이를 벗겨둘까 말까를 심각히 고민해 본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