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한국영화 best 10을 꼽아 볼까 한다. 기준은 딱히 없다. 순서는 그냥 생각나는대로.
1. 말죽거리 잔혹사
주인공 김현수가 세상과 마주치며 겪는 부조리와 이해 할 수 없는 현실들. 거기에 더할 나위없이 통쾌한 결말. 한국 영화라는 카테고리 안에선 분명 수작이다. 사실 나보단 조금 이른 세대의 이야기지만 선생들에게 쳐맞던 시대를 보낸 나에겐 공감가는 영화. 한국에서만 나올 수 있는 영화다. 개대끼야, 오땅으로 오따와.
2. 올드보이
뭐 더 설명이 필요한가. 터부시 되는 주제를 아우를 수 있었던 건 원작인 일본 만화의 영향 아니었을까 싶다. 소재와 표현이 파격적이라 한번만 봐도 충분히 재밌는 영화.
3. 구타유발자들
좀 저예산이면서 독창적이고 스토리 좋은 영화 없나 생각하다가 떠올린 영화. 배경은 어느 강가의 자갈밭이 거의 전부인데, 확실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대화와 전개가 꽤 좋은 영화다. 한국 사회에 대한 고찰이 느껴진다.
4. 신세계
처음 봤을 땐 '무간도' 짝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좀 지나고 보면 그렇지가 않다. 찰진 전라도 사투리가 영화의 재미를 살려준다. '니가 가라 하와이' 는 그러고 보면 얼마나 살갑냐. '살려는 드릴께' '씨빨 부라더' 등이 명대사. 신세계 비긴즈가 나온다는 소문이. ㅋㅋ
5.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최익현의 악착같은 한국 사회라기 보단 부산 생존기.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온정주의를 슬슬 비꼬고, 시대에 걸맞는 영상미도 좋다. 폭넓은 공감을 얻을 영화는 아닌 것 같지만 충분히 잘 만든 영화.
6. 이장과 군수
한국형 코미디. 공교육이 개인의 인성 형성에 가져오는 반작용. 치매 걸린 아버지와 사는 차승원의 연기가 시사하는 바가 큰데 영화가 코미디라 좀 묻힌 감도 있다. 단식시위 하다가 몰래 김밥 먹고 벌어지는 일이 최고의 명장면.
7. 타짜
흥미로운 소재와 완벽한 캐스팅. '나 타짜여' '어이, 고광열이. 첫판부터 장난질이냐' 등등. 훌륭한 캐릭터와 잘된 캐스팅의 본보기.
8. 악마를 보았다.
이병헌과 최민식의 미친 연기대결. 한국 사람이어야 더 무서울 수 있는 영화. 이에 비하면 다크나이트 조커는 어디 현실적인 공포인가, 만화적인 위험일 뿐.
9. 공공의 적 1
버디 형사물이 아님에도 세편이나 나온 걸 보면 이 영화 첫편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감이 온다. 완벽한 캐릭터와 존속살인이라는 강한 임팩트.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차용한 이미지라곤 하지만 강철중이 워낙 잘 만들어져서 나머지는 자동으로 흘러간다.
10. 파이란
일본 소설이 원작인데 좋은 텍스트와 최민식 연기가 만나 시너지 폭발. 가만히 배경을 일본으로 옮겨 보면 일본 소설이 맞구나 싶다. 한국 영화중 제일 슬펐던 거 같다. 여기서 나온 장백지의 순수한 이미지는 누드 사진 유출로 증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