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드디어 다 읽었다! 한 두달 넘게 걸린 것 같다. 틈틈이 읽느라 그러기도 하지만, 좀 아껴서 읽기도 했다.
등장인물들은 대충 다음과 같다.
덴고(天吾, 남자 주인공), 아오마메(여자 주인공), 후카에리(여자 주인공), 고마츠(잡지 편집자), 에비스노(후카에리의 보호자), 오가타 시즈에(아자부의 노부인), 다마루(아자부 노부인의 개인 경호원), 야스다 쿄코(덴고의 섹스 파트너), 우시카와(사설 탐정), 리더.
이 밖에도 몇명 더 나온다. 간호사 세명(안경을 쓴 다무라, 볼펜을 머리에 꽂은 젖가슴이 큼직한 오무라, 볼이 빨간 아다치 구미), 덴고의 학창시절 선생님, 세이프 하우스에서 사라진 소녀 등등.
우선은 마지막까지 보고 난 다음 느낀 감정은 사실 좀 허무함에 가깝다. 덴고와 아오마메가 씨실과 날실처럼 엮이고 3권부턴 우시카와까지 등장해 촘촘하고 짜임새있게 (그러나 루즈하게) 엮이다가 마지막은 사실 좀 갑작스럽다는 느낌.
이 소설은 아오마메가 택시를 타고 고속도로의 체증 속에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아오마메는 그 음악을 그냥 알아 듣는다. 처음 듣는 곡이지만 어떤 곡인지 바로 알아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아오마메는 이미 덴고의 세계 속에 와 있었던 건 아닐까? 그 비상계단을 내려 가기도 전에 말이다.
1984와의 관계?
- 제목부터 조지 오웰의 1984를 차용한 만큼 비슷한 요소도 몇가지 있다. 가령, '호우호우' 같은 별 의미없는 말의 반복은 '전쟁은 평화, 자유는 속박, 무지는 힘' 같은 말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후자는 엄연히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 빅브라더 에는 직접적으로 리틀피플이 매치된다. 빅브라더는 아주 대놓고 사람들을 지배하지만, 리틀 피플은 아주 은밀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조종한다. 어느 쪽이 더 위험한지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 아오마메가 고속도로에서 절망 속에 머리에 총을 겨누는 장면은 1984의 마지막을 연상시킨다. 아오마메는 1Q84로부터의 탈출을 원했고, 1984의 윈스턴도 총탄이라는 은유적 표현으로 이성의 종말을 표현한다.
읽고 나서 드는 의문들
- 대체 리틀피플은 뭐 하는 놈들인가?
- 선구는 왜 덴고와 아오마메를 찾는가?
- 후카에리는 어디로 가 버린건가?
- 덴고의 아버지는 왜 문을 두드린건가?
- 요양원 침대에 있던 아오마메의 공기번데기는 무얼 의미하는가?
- 공기번데기는 대체 뭐하는건가?
- 야스다 쿄코는 왜 덴고의 엄마와 닮은 것인가? 야스다 쿄코는 어떻게 상실 되었는가?
- 덴고가 보던 엄마의 환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우시카와의 공기 번데기는 왜 만드는가? 우시카와는 부활하는가?
- 그렇다면, 아다치 구미도 리플피플에 의해서 부활한 것인가? 누구의 부활인가? 아모마에의 친구 중 한명이 아닐까?
- 리틀피플은 왜 호우호우 거리는가?
재밌는 가설
리틀피플의 주문인 'ほうほう(호우호우)' 는 일본어로 '방법' 이라는 말의 발음이기도 하다. [링크]
즉, 그들이 '방법! 방법!' 하면서 공기 번데기를 만든다고 가정하자. 한때 우리나라에 '방법한다' 라는 표현이 유행한 적이 있다. (사용예: 나를 화나게 하는 상대에게 '방법 당하고 싶냐?') 우리나라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방법하다' 라는 단어가 '주술을 쓰다'는 뜻의 옛말로 올라와 있다. 즉, 리틀피플은 고대 한반도에서 넘어간 일본인의 선조들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라는 건 웃자고 하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