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책 '유혹하는 글쓰기' 를 보고 궁금해져서 보게 된 소설이다. 분량은 그리 길지 않아서 대략 1주일도 안 걸린 것 같다. 스티븐 킹이 세탁소에서 일을 하며 쓰다가 버렸던 글을 그의 아내가 발견하고 써 보라고 독려하여 쓰게 됐는데 대박이 났더라는 그 소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캐리 화이트라는 한 소녀가 있다. 학교에선 왕따를 당하고, 아버지는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는데 엄마는 기독교 광신도다. 캐리는 그렇게 억압되고 고립된 삶을 살아 오고 있었지만, 사실 그녀에겐 엄청난 능력이 있었는데..
유리겔라 형이 여기서 왜 나와...
그렇다. 캐리는 염력을 가진 소녀다.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불행한 환경에서 그녀가 그 힘을 쓸 수 있는 곳은 더욱 큰 파멸뿐이었다는 가벼운 주제의식을 갖고 있으며, 여기에 캐리라는 한 소녀를 통해서 당시 사회상에 대한 침착한 묘사를 덧붙인다. 물론, 소설적인 사회이긴 하다.
캐릭터에 대한 묘사도 훌륭하고, 중간중간 첨부자료 식으로 넣은 글들도 소설의 재미를 한껏 살려주며, 스펙타클한 전개, 틴에이저들의 방황에 대한 일종의 이해까지도 포함하여 꽤 재밌게 봤다. 흔히 봐 오던 평범한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독특한 능력을 가진 인간을 다루면서도 주위의 평범한 존재들을 잘 묘사하기 때문에 캐릭터에 입체감이 강해진다.
개인적으로 평점은 9/10 주고 싶다. 처음으로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었는데 그의 책들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해 준다.
덤으로 방금 다 본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캐리(1976)' 에 대한 평을 적어 보자면.
영화는 음........... 제목만 같고 거의 다른 내용이라 보면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어이가 없다. 첫 장면에서 여학생들 누드가 나오길레, 음.. 이런 분위기의 책은 아니었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소설에서 보여줬던 인물들의 깊이가 아주 얕아졌다. 맛있는 오겹살 먹다가 대패삼겹살 먹은 기분.
캐리는 초능력을 가진 소심한 소녀, 수지는 희생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리스는 미친년, 빌리도 미친놈, 토미는 멍청한 새끼, 데스자딘 선생도 알고보니 나쁜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원작 훼손이라는 말은 이런 때 쓰나요? 뭐 그때 당시 관객들이 원하던 눈높이가 이 정도였다면 할 말 없으나, 훌륭한 텍스트를 이렇게 단순 호러물로 만들어 버리는 재주는 헐리우드가 원하는 재능인걸까.
하긴, 소설도 나름 히트를 쳤으니 영화도 나름대로 히트를 치려면 원작 그대로 했으면 곤란했을거다. 사실, 소설도 시점이 오락가락하고 첨부 케이스도 복층적이어서 쉽게 영화화하긴 힘들어 보이긴 했다. 그래서, 찾아 본 것이기도 하지만.
네이버 평점 보다가 '토미는 양동이 맞고 죽은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라는 댓글을 봤는데 원작에서도 그렇게 죽습니다. 다만, 죽음의 의미 차이가 좀 큰데.. ㅎㅎㅎㅎ 영화에선 멍청하던 토미가 멍청하게 양동이 맞고 쓰러져서 폭소를 자아내는 요소가 되는 반면, 원작에선 '차라리 고통없는 죽음' 이었다는 크나큰 차이가 있다. ㅎㅎㅎㅎ 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기네. 토미가 좀 낯이 익다 싶었는데 '맨 프롬 어스' 에서 아트 교수로 나옴. 생긴건 전혀 달랐는데 낯익었다는 더 신기하군...
이제 마지막 희망은 2013 캐리다... 난, 그냥 파티하는 체육관에 베니스 그림만 좀 있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