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재밌다고 하길레 본 영화. 줄거리는 간단하다.
대학교수이던 존 올드만이 어느날 갑자기 대학교를 떠나기로 결정한다. 이 소식을 들은 대학교 교수 친구들이 이유를 알고 싶어 찾아온다. 주인공은 아무 말 없이 떠나려고 했는데, 그래도 이 사람들이라면 어쩌면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줄지 모른다 생각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의 이야기를 과연 잘 들어줄 것인가..
로버트 드니로 아님니다.
어떤 인간이 14,000년이라는 긴 시간을 살게 된다면 과연 어떠한 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 에 대한 호기심을 안드로메다로 보낸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인간이 거의 영생에 가까운 시간을 살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의 존재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단순한 이야기를 강하고 군더더기 없이 이끌어나가는 맛이 일품. 제작비는 드라마 한편 수준도 안 될 것 같은데 -다음 글의 정보에 따르면 20만달러 미만이라고. 링크. 우리나라 돈으로 2억 정도- 내용은 어지간한 블록버스트 못지 않다. 영화를 많이 보다 보니 이제는 어지간한 영화는 별로 성에도 안 차고 어디선가 본 듯하다는 느낌만 받곤 하는데, 이 영화는 마른 하늘에 봄비 같은 영화였다.
우리들은 책을 읽으면 어느 정도는 상상 속에서 멋진 장면을 그리며 우리들만의 살을 붙여 나간다. 하지만, 영화에선 그런 작용을 하기가 힘들다. 왜냐면, 일일이 다 보여주니까. 스티븐 킹의 표현에 따르면 프랑켄슈타인의 살을 꼬매놓은 지퍼까지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보여 줄수록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는 줄어든다. 아마도 소설의 힘이라는 건 그런 것일테지. 이 영화는 소설이나 텍스트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상상력의 여지를 개입시킨다.
이 영화를 보니 '케이팩스(K-PAX, 2001)' 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약간 비슷하게 전개를 하는데, 끝에서 모든 걸 설명하려는 부분에서 좀 루즈해졌던 기억인데 이 영화는 꽤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상상의 여지를 주다가 그걸 적당히 펼쳐서 마무리하는 느낌.
2014.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