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드라마.
"regular" TV로 트루 디텍티브의 휘날레를 봐서 기쁘다. 누설주의: 끝내준다."
역시, 멋진 작가답게 군더더기 없는 평가를 남겨주었다.
어떤 드라마인지 궁금해진 나는 회사에서 토**를 돌려서 이 드라마를 다운 받았고, 현재 내가 일하는 이 곳은 인터넷이 끊긴 상태다. 과도한 트래픽을 발생시켜서 정보처리팀에서 이 곳의 인터넷선을 뽑아 -상징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버렸기 때문이다.
좌우지간, 어떤 드라마인지 궁금해서 1편을 봐 보니~ 꽤 독특하다. 별것도 아닌 대화인 것 같은데 잘 듣다 보면 묘하게 빠져든다.
그간의 수사물처럼 정형화된 캐릭터들의 진행이 아니다.
흔한 추리물들은 감 좋은 수사반장이 결정적 단서를 발견해서 과학수사를 하는 직원-보통 여자 or 발랄한 오타쿠- 에게 갖다 주면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데, 한두가지 단서가 부족하던 때에 생각지도 못 한 인물이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면서, 범인을 벌하니 범인은 참회 혹은 갑자기 미친짓을 하면서 마침. 그러니, 이런 드라마들은 보고 있으면 하나도 안 궁금한 것이다. 항상 비슷하니까. 가끔 총을 빵빵 쏴 댈때도 있지만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주기 십상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두명이다. 러스트 콜(Rust Cohle, 매튜 매커너히)과 마티 하트(Marty Hart, 우디 해럴슨). 둘의 캐릭터는 아주 상반되어 있다. 러스트는 어둡고 마티는 좀 밝다. 둘 사이에 공통점도 별로 없다. 하지만, 마티의 표현처럼 '태어날 때 부모를 고르지 못 하듯 그렇게 파트너가 된 사이' 다. 여러면에서 티격태격 하지만 둘은 서로가 필요하다. 헐크호간과 워리어같은 사이랄까. 강력한 떡밥이나 무릎을 탁치게 만드는 반전은 없지만 엄청 몰입감 있게 몰아 붙이는 맛이 있다. 영상, 연기, 음향의 3박자 + 탁월한 연출.
각본을 쓴 '닉 피졸라토' 가 스티븐 킹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고 들었는데, 연출을 보면 소설 '캐리' 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긴 하다. 혹은 미저리. 어떤 느낌이냐면 시간순서대로 주욱 흘러가는 게 아니라, 현재에서 과거를 넘나들며 과거는 과거대로 생명력을 가지고, 과거가 보여준 생명력이 현재에 다시 한번 힘을 가해주고 뭐 그런 느낌이다. 말이 필요없다. 보면 안다. 참, 시즌 2도 나올 것 같긴 한데 스토리도 전혀 다르고 배우도 다를 거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이하 전부 스포일러-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마티를 보면 한번 사고(혼외 정사)를 치고 부인과 결별할 위기에 처하지만 가까쓰로 이혼을 면했다. 하지만, 결국 변하지 않고 다시 사고를 치고 이혼을 하게 된다. 누구랑? 전직 창녀랑. 이 창녀로 말할 것 같으면 그 옛날 마티가 '(사람은 변할 수 있으니) 그 일을 그만두고 제대로 된 일을 찾아 보라' 고 말해줬던 바로 그 창녀다. 이 여자의 행실보다는 마티가 변하지 않았음을 탓해야 할 수도 있지만, 사실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것은 바로 그 여자다.
러스트로 말할 것 같으면. 좀 변한 것 같아 보인다. 로보트처럼 차갑던 러스트가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그가 누구보다 생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가졌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그 정신에도 마티가 건네는 위로의 말에 반박부터 하고 보는 그도 사실 변하진 않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지막 장면은 이 얼마나 훈훈한가. 마티의 웃음은 '여전히 그딴 소리나 하는 걸 보니 이 새끼 멀쩡하구만? ㅋㅋ' 이라는 의미라고 보면 되겠다.
뭐 사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1995년에도 줄창 담배를 피던 러스트가 2012년에도 꾸준히 피고 있으며, 차도 드라마에 등장한 걸로만 17년째 타고 있잖은감.
하지만, 이 드라마가 매력적인 이유는 인간에 대한 차가운 통찰에 있지는 않다.
그보다는 실수를 저지르고 반복하지만, 반어적으로 '그래서 인간이다' 라고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