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타나주 빌링스에 사는 우디 그랜트 씨가 고령의 몸을 이끌고 어디론가 걸어가는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힘들어 보이지만 어딘가 반드시 가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그는 경찰의 인도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알고 보니 그가 가려고 했던 곳은 네브라스카주의 링컨. 대략 1,200 km 쯤 떨어진 곳을 걸어가려 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는 그곳에 가면 1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 내일 하는 노인네가 대체 100만달러는 어따 쓰려는 걸까? 현재 환율 기준으로 12억에 가까운 돈이다. 그에게 묻자 그는 픽업트럭 한대와 에어 컴프레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남자들은 보통 말을 잘 안 한다. 자기가 어떤 기분인지, 뭐가 불만인지, 뭐가 하고 싶은지,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는지, 자기가 어디서 총을 맞았는지 등등. 일부러 그런다기 보단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것 같다. 꼭 말로 해야 다 표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을 한다고 한들 그걸 다 이해시킬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인류 첫 번째 시인은 남자가 아니었을까? 함축적으로 말해야 하니까. 아무튼, 이 영화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짠한 기분이 드는 남자가 보면 좋을 영화다. 여자들이 보면 ‘남자들은 왜 저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듯. ㅋ
1. 브레이킹 배드에서 봤던 배우가 나온다. 누구? Better call Saul! ㅋㅋㅋ 실제 이름은 밥 오덴커크(Bob Odenkirk) 이 사람 인기가 꽤 있긴 했나보다. 오늘 보니 ‘Better Call Saul’ 이 따로 스핀오프까지 나온 모양.
2. 기아 자동차가 나온다. 게다가, 언급한다. ‘Kia is Korean.’ 신선하다. 주인공 우디가 한국전에 참전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도 Korea가 언급된다. 한국이라는 단어가 영화 성격에 비하면 아주 많이 나온 편.
3. 영상도 꽤 멋지다. 흑백영화지만 구도나 명암 조절이 훌륭해서 마치 안셀 아담스(Ansel Adams)의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찾아 보니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고, 주연 배우인 브루던 옹도 '이 영화는 마치 안셀 아담스의 사진첩을 보는 듯 하다' 고 표현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