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오늘 아는 후배가 DSLR 추천을 좀 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생각난 김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일단 DSLR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가진 편견에 대해서 말해 보고 싶군요. 생각이 다른 분이 있다면 덧글로 남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캐논이 좋다?
한때는 사실이었죠. 캐논이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누리던 적이 있으니까요. 그게 대략 10~5 년전? 캐논하고 니콘이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디지털 카메라에서 우위를 다투던 그때. 캐논은 기존 필카(필름 카메라) 때 보급했던 수많은 카메라 렌즈를 바탕으로 DSLR을 내밀고, 전문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습니다. 컴팩트 디카에선 서로 엎치락 뒷치락 했는데 DSLR에선 캐논이 크게 앞서 나가게 된거죠. (사실은 그 전에도 코닥이 이미 전문가용 시장을 차지하긴 했었습니다만..)
덕택에 캐논은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바탕으로 값을 조낸 올리게 됩니다. 니콘과 펜탁스, 올림푸스 등이 열심히 따라가 봤지만 캐논의 아성은 꺾지 못 했던 거에요~. 덕택에 소비자들은 그 흔한 스팟측광조차 없는 카메라를 열심히 샀죠. 캐논의 제품라인은 정말 욕이 나올 정도였죠. 기능개선 거의 없이 모양만 조금씩 바뀌면서 나오는데 값은 초반엔 무조건 150만원에 육박했으니까요. 한편으론 저같은 사람에겐 좋은 기회이기도 했어요. 캐논이 별노력없이 자기복제를 거듭하는 동안 전 모델들의 값은 낮아져만 갔으니까요. 놀랍죠. 기능에 별반 차이가 없는데 가격은 3~40만원 정도가 났으니 말이죠. ㅋㅋ
캐논이 이렇게 무의미한 자기 복제를 거듭하기만 한 건 아니었어요. 캐논의 장점이 뭐였습니까. 세상에 뿌려진 숱한 SLR 캐논 렌즈들을 사용 할 수 있다는 것 아니던가요. 하지만, DSLR은 필름과는 달리 렌즈의 성능을 100% 활용 할 수 없었습니다. 즉, 50mm 렌즈를 써도 실제로는 80mm 정도의 렌즈로 쓸 수 밖에 없던 것이죠. 물론, 프로페셔널들에겐 대안이 있었습니다. 1D급으로 대표되는 1:1 풀프레임 바디들이 그것이죠. 캐논의 1D 라인은 기존 필카에서 쓰던 렌즈들의 성능을 그대로 쓸 수 있던겁니다. 그래서, 프로페셔널들은 별다른 대안없이 캐논을 써야 했습니다. 물론, 코닥같은 회사의 1:1 카메라가 있었지만, 코닥의 발전은 매우 더뎠죠. (지금은 거의 도태됐구요) 아무튼, 캐논은 어느 정도의 소비자 집단을 잘 쥐고 있을 수 있던거지요. 하지만, 다른 회사들도 놀고만 있진 않았습니다. 니콘에서도 1:1 바디를 내놓은 것이죠. 물론, 캐논과 마찬가지로 최고급 제품 라인이 되었습니다. 캐논은 최근에 5D라는 중급 1:1 바디를 내놓았고 그 제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세미프로 혹은 하이레벨 아마츄어들에겐 꽤 훌륭한 대안이었으니까요.
아직도 디지털 카메라 유저 포럼에서 보면 캐논이 끝도 없이 욕을 먹고 있는데, 그것도 다 애정이려니 합니다.
이맘때쯤 새로운 카메라 메이커들이 부상하기 시작합니다. 소니, 펜탁스, 올림푸스, 파나소닉 등이죠.
코닥, 파나소닉, 올림푸스 등은 연합전선을 구축하여 '포써드 시스템' 이란걸 개발합니다. (포써드 시스템에 대해서 자세 보려면 여길 클릭) 디지털 시대에까지 크고 무거운 1:1 바디를 고집해야 될 이유는 없다. 즉, 디지털 시대에는 디지털에 맞는 렌즈를 내놓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취지는 꽤 멋진데 아직도 갈 길은 멉니다. ㅋ
니콘도 꾸준히 좋은 제품들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저는 캐논보다 니콘을 더 좋게 봅니다. 니콘의 DSLR은 대체로 캐논보다 더 나은 디자인을 보여줬죠. 캐논이 좀 더 전문가적인 느낌을 실어서 홍보하고 광고를 했다면, 니콘은 좀 다른 방향으로 마케팅을 전개했던 것 같습니다. 좀 더 젋은 이미지, 멋진 사람이 쓰는 멋진 도구. 뭐, 그런 느낌? 그래서, 일본에선 기무라 타쿠야, 한국에선 비가 니콘의 광고를 하기도 했던 것이죠.
자, 여기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인 소니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소니는 필카로 치면 필름이라고 할 수 있는 CCD를 많은 회사들에 공급해 왔습니다. 캐논, 니콘, 후지, 펜탁스 등이 소니의 CCD를 사용했다죠 (자료) 사실 그 자체는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삼성이 반도체를 잘 만든다고 해서, 컴퓨터까지 잘 만든다는 보장은 없는거죠. 하지만, 그렇게 자체적으로 생산을 하고 제품에 넣게 되면 아무래도 다른 회사들보단 이해도가 더 높지 않을까 하는 믿음. 그렇죠, 저는 소니를 믿어요. ㅋㅋ
아무튼, 디지털 사진의 경우는 CCD나 CMOS같은 촬상면(필름 카메라로 치면 필름)에서 정보를 받아 들이는 것 이상으로 이것을 처리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펜탁스의 색감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것은 다름이 아니라 펜탁스의 카메라가 소니의 CCD로 받아들인 정보를 가공해 놓은 것을 맘에 들어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무슨 말이냐면 똑같은 필름을 들고 현상소에 가도 다른 색이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입니다. 즉, 같은 데이터를 갖고도 어떻게 가공했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것이죠. 재밌는 건 다른 회사의 dslr도 설정에서 컬러 프로파일이나 색감을 잘 조정하면 펜탁스와 비슷한 느낌을 얼마든지 낼 수 있다는 겁니다. 달리 말하자면 펜탁스 색감을 좋아한다고 하는 사람에게 캐논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줘도 구별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다는거죠. 바로 이 지점에서 브랜드나 색감같은 감성적인 요소가 중요해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쓰다 보니 재밌긴한데 너무 길어지는 감이 있어서 이만 줄입니다. 다음에 계속 할께요.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