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재밌는 책이다. 이 책이 주장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히틀러의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는 비트겐슈타인이 그 원인이다.’
그리고, 책 전체를 통해서 왜 저자가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심도있게 다룬다. 이 주장은 저자의 독창적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런 주장 자체는 전부터 있었던 것이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사회, 문화, 정치, 사상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 본 것이다.
우선, 한가지 단편적인 사실로 봤을 때 가장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은 ‘히틀러와 비트겐슈타인이 같은 학교에 다녔었다’ 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레알슐레(오스트리아 린츠의 국립실업학교)라는 학교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고, 이곳에서 히틀러는 비트겐슈타인을 통해서 유대인. 나아가 유대인 전체에 대한 분노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몇가지 사실들이 저자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 히틀러가 거의 숭배하는 정도였던 바그너와 비트겐슈타인 가문과의 관계.
- 미술가 지망생이었던 히틀러와 그 당시 오스트리아의 주된 미술사조였던 (클림트로 대표되는) 분리주의와 비트겐슈타인 가문과의 관계.
- 쇼펜하우어 사상 저변에 드리워진 ‘비소유 이론’ 의 흐름. 저자는 둘이 사상적으로 같은 뿌리를 가졌지만, 한명은 정치적인 방향으로 천재적 성과를 발휘했고, 다른 한명은 철학적으로 천재적 성과를 발휘했다고 말한다.
이런저런 정황들로 미뤄 봤을 때 상당히 설득력있게 들리는 이야기들이 많고, 굉장히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저자의 능력 덕택에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나도 저자의 주장을 거의 전적으로 믿고 있다. 어차피, 세상을 보는 방법중 한가지는 내가 선택하는 것인데 저자의 시각은 꽤 객관적이고 냉정한 편이기 때문이다.
책의 초중반까지는 꽤 재밌다. 하지만, 후반에 가면 ‘비소유 이론’ 으로 대변되는 비트겐슈타인 철학과 사상에 많은 무게를 싣기 때문에 다소 지겨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뭐, 개인적으로는 꽤 재밌게 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