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근 7년동안 경차를 타고 다녔다. 그래서, 그간의 경험들을 모아 책으로 내고 싶다. 그러나, 당연히 그런 책을 내 줄 곳은 없을테니 여기에 적어야지. 낄낄. 아무튼, 차종은 기아의 비스토(Visto)고 2000년식인데 지금은 단종된 차량이다. 모닝이 이 차의 후속차량이다.
이 차를 처음 산건 2008년이었다. 학교를 다니려는데 버스를 타고 다니면 두시간 가까이 걸리는 게 하도 짜증나서! 살 때는 한 3년만 타다가 처분해야지 했는데, 차란게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더라. 뭐, 워낙 이 차의 경제성이 뛰어나기도 해서지만.
우선 경제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내 차는 LPG 차량이다. 일반적으로 LPG는 연비가 다소 안 좋다. 하지만, 내 차는 수동이라 이걸 상쇄시키고 리터당 10km 이상 달린다. 현재 LPG가 휘발유 가격의 2/3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연료비 면에선 확실히 메리트가 있다.
게다가, 공영주차장도 반값이다. 문제는 공영주차장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또한, 고속도로 톨비도 반값이다. 고속도로를 자주 타는 사람에겐 굉장히 메리트지만, 이 차로는 겁나서 못 나가겠다. 차가 폭발하기 직전까지 가는 것 같다.
세금은 어떤가. 연식이 오래 되서 1년에 4만원을 낸다. 우리나라는 배기량(cc)에 따라 세금을 거두는데, 새로 산 2,000cc 차량의 세금은 한해에 52만원 정도 나온다. 경차는 신차라고 해도 10만원을 조금 넘긴다. 게다가, 취등록세도 면제.
그리고, 주차가 편하다. 경차는 개구리 주차(가로 주차 구역에 세로 주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주차하기가 상대적으로 매우 수월하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
우선, 승차감이 안 좋다. 요즘 나온 경차는 모르겠으나 이 차는 승차감이 아주 안 좋다. 1시간 가량 운전하면 허리가 불편하다 못 해 아프다.
그리고, 차가 안 나간다. 이 차로 최고 시속은 130km 까지 내본 것 같다. 그러니, 고속도로에 나가면 1차선은 웬만하면 안 들어간다. 뒷차가 하이빔을 쏴대는 걸 경험하고 싶다면 들어가도 좋다.
도로에서 웬지 모르게 무시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뭐, 나같은 경우는 미칠듯한 크라션 세례를 받아본 적은 없으나, 차선 변경을 하려고 하면 *새끼들이 지들 먼저 가겠다고 추월해 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 뭔 할 말이 있는지 내 차 옆으로 지나가면서 야리는 새끼들도 가끔 있으나 지들이 뭘 어쩔건데? ㅋ 난 남자라 덜 했지만 ’여성 운전자 + 초보운전‘ 의 경우라면 더럽게 지랄하는 새끼들을 많이 접하게 될 것 같다.
가끔 창피하다. ㅋ 모르는 사람에게 창피할 이유는 없다. 다른 사람이 람보르기니를 타거나 말거나 나랑은 상관 없는거지. 하지만, 가끔 아는 사람과 마주치는 상황 같은 때 웬지 창피 할때가 있다. 뭐, 그런거지. 결혼식장에 가서 오랫만에 아는 얼굴을 봤는데 주차장에서 헤어질 때 '어, 내 차는 쩌~~~~~~~~~~~~~~~~~ 어기 있어.' 하는 거. 그런데, 알고 보면 내 앞에. ㅋ
사고나면 즉사 할 것 같다. 무슨 양은냄비 두께의 철판으로 만든 느낌.
운전을 잘 못한다는 인식을 주는 것 같다. 뭐, 잘 하고 말고를 뭘로 따져야 할지 모르겠지만, 수동 모는 내가 오토를 잘 몰겠나 오토 모는 사람이 내 차를 잘 몰겠나.
그러니, 대한민국에서 경차를 탄다는 것은 경제성과 자존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근데, 휘발유 경차는 가만 보면 큰 메리트가 없어 보인다. 모든 걸 포기하고 경제성을 택하는 것인데 생각보다 연비가 그리 좋지 않더라.
결론 내 보면.
LPG 경차는 매우 경제적이다. & 남의 눈을 많이 신경쓰는 편이라면 안 타는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