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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잡스랑 동춘당에 산책을 다녀 왔다.
힘들어서 잡스랑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어느 꼬맹이 여자애가 자전거를 타고 와서는 내게 말을 걸었다. 자기네 집도 개를 키우고 있는데 할머니가 시골집으로 전부 데리고 갔단다. 14마리 정도 되는데 7마리가 유기견이란다. 지금은 네마리만 있는데 두마리는 임신을 해서 힘들단다. 자기는 학교에서 육상선수란다. 같이 있던 다른 애는 자전거를 잘 못타서 보호장비를 다 착용해야 한단다. 자기는 개 일곱마리를 데리고 한꺼번에 달려 봤는데 얘도 잘 달리냔다.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 꼬마애는 한 12살쯤 되어 보였는데 그 정도 또래 애랑 이렇게 대화를 해 본건 처음이라 기분이 묘했다. 최대한 웃으면서 인간 대 인간으로 대답 해 주고 싶었지만, 꼬맹이들란 어른들과는 다르다. 질문을 던지고는 내 대답은 별로 궁금해 하지도 않고, 마치 내가 자기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미치겠다는 듯 생각하는 것 같다. 집에 가려고 하는데 자전거를 타고 나에게서 2m 정도 앞서 가면서도 뭐라 끊임없이 재잘거렸다. 마치 내가 양손을 모아 귀에 대고선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열심히 듣고 있는 줄 아나보다.
저 아이는 중학생만 되어도 저러지 않겠지?
넌 왜 이렇게 말이 많니?
안 물어봤거든?
모르는 어른한테는 말걸면 안돼!
그런 말들을 들어 가면서 세상에 자기 이외의 존재가 있다는 걸 깨닫고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다 보니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말이 사라지는 중2가 되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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