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19 절반까지 읽고
현재 이 책을 절반 정도만 읽었지만 영화의 결말은 대충 알고 있다. 잭 토런스가 자기 가족들을 죽이려다가 얼음 미로에 갇혀서 얼어 죽는 장면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이 가족은 그렇게 죽기엔 너무 불쌍하다. 웬만하면 죽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영화에선 그냥 광기로 치닫다가 죽어 버리는 싸이코로 나오지만, 잭 토런스는 그렇게 단순히 미친 사람은 아니다. 나름대로의 사연을 갖고 열심히 살려고 한것인데 결과가 좋지 못 했던 것 뿐이다.
어디선가 스티븐 킹이 영화 샤이닝의 결말이 원작과 다르며 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부디 나도 많이 다르길 기대하고 있다.
2014/05/22 다 읽고
드디어 다 읽었다. ‘드디어’ 라는 표현을 쓴 건 책이 두권이나 되기 때문이다. 내용이 680p 정도로 짧지 않은 분량이고 가격도 두권 합쳐서 20,000원이나 된다. 지금 방금 알게 된 건 (상) 권은 9,000원이고, (하)권은 11,000원이라는 사실이다. ㅋㅋㅋ 상편을 일단 맛보기로 보라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재밌는 가격 책정이다.
대략 줄거리는 이렇다.
잭 토런스가 선생 일을 하다가 사고를 쳐서 학교에서 나가게 되었는데, 부잣집 친구의 소개로 오버룩 호텔의 겨울 관리인 자리를 얻게 된다. 호텔은 산속 깊은 곳에 있는데 겨울만 되면 모든 길이 눈에 뒤덮여 고립된다. 그래서, 늦가을부터 봄까지 폐장을 하는데 이때 관리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잭은 부인 웬디, 아들 대니와 함께 오버룩으로 향하는데 그곳은 보통 호텔이 아니었고.. 쩜쩜쩜..
고립된 곳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잭의 세가족이 겪는 일이 중심이 되어 흘러가는 구조다. 앞서 스티븐 킹의 소설 ‘캐리’ 에서 보았던 것처럼 흥미로운 보충 설명과 사건들이 이야기를 보강해준다. 장르는 스릴러라고 할 수 있는데 어느 면에선 초자연적이고 어느 면에선 지극히 현실적인 공포들이다. 세 식구의 심리흐름을 잘 따라가며 아슬아슬한 긴장을 놓지 않고 끌어가는 맛이 좋았다.
누구나 다 알듯이 아빠 잭은 큰 내적변화를 일으키는데 그 과정이 지나고 보니 참 자연스럽다. 아마 이 흐름을 무시하려고 했다면 책은 절반 이하의 두께로 줄어들었겠지.
좀 아쉬운 건 아무래도 미국, 그것도 70년대가 배경이다 보니 호텔이나 기타 다른 요소들이 눈에 거의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호텔의 구조도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다. 호황 시대의 플란넬 양복, 70년대의 스노우카, 이름도 생소한 로크 방망이(스탠리 감독의 영화에선 도끼에 해당). 정말로 머릿속에서 잘 안 그려진다. 그나마 가장 생생하게 그려진 장면은 먹을 것이 넘쳐나는 할로런의 주방 소개 정도. ㅋ 아마도 가난하고 힘들던 시절 작가가 꿈꾸던 주방이 아니었을까.
- 이 책에서 대니의 나이 많은 흑형 친구 할로런은 대니가 가진 이상한 힘을 일컬어 ‘빛’ 이라고 표현한다. 그게 이 책의 제목인 샤이닝 Shining 이다.
- 저자인 스티븐 킹은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영화 샤이닝을 보고는 자신의 책과 결말이 달라서 정말 싫어했다지. 그건 바로 호텔의 최후 때문이란다. 암, 그렇지. 스티븐 킹은 화려한 폭발을 좋아하는 양반이니까.
- 대니가 자꾸 꿈 속에서 보는 '해살(RedruM)' 이라는 단어의 비밀은 후반부에 알게 되는데, 나름 신선했다. 번역 할 때 단어 선정에 나름 고심을 한 느낌이랄까. 다만, 해살 이라고 하니까 제목인 샤이닝과 묘하게 헷갈렸다. 근데, 대니가 아무리 Redrum 이란 단어를 모른다고 해도, 그 단어를 주위에서 ‘햇살을 말하는거니?’ 하는 건 좀 과한 복선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ㅋ
- 할로런이 운전을 하다가 지나가던 차와 사고가 날뻔하자 그놈이 ‘혼자서 불법 섹스 행위나 하라’ 고 했다는데, 너무 모범생스러운 단어 선정에 잠시 집중력을 잃었다. 어떤 미친놈이 운전하다가 화나서는 그렇게 말하냐. 수녀님쯤 되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게 원문 그대로 정확히 옮긴 거라면 할 말 없지만, 좋은 번역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 보게 했다.
- 사소한 디테일은 스티븐 킹이 직접 참여한 샤이닝 TV영화도 있다고 하니 그 편이 좀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 로크 방망이는 다음과 같이 생겼다. 이게 무서운 무기로 둔갑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요소겠지만 ㅋ 태어나서 로크 방망이가 이렇게 생긴지 처음 알았다. 아니,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정식 명칭은 Mallet 이라 한다.
- 그러니까, 책에서 그리는 잭의 모습은 첫번째보다 두번째 사진에 가깝다. 이렇게 보니까 엑소시스트 같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