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고든 레빗, 세스 로건 등.
영화를 보다가 운 적은 많다. 보통 영화를 보다가 눈물을 흘리는 건 감정이입이 되었기 때문인 경우가 많은 듯 한데, 때론 별다른 감정 이입없이도 울게 되는 경우가 있다. 시각적, 청각적 수단을 동원하고 극적 분위기를 몰아가면 가능하다고 보는데 흔히들 ‘억지 감동’ 이라는 말로 표현을 한다. 이 때의 눈물은 그리 짜진 않을 것이다. 우리들의 눈물은 더 슬프거나 더 분노 할 때 더 짜다고 하는데, 억지감동이 주는 눈물은 뭐 그냥 인공눈물 정도의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때로 어떤 영화는 감정을 강하게 자극하는 영화도 있다. 바로 이 영화가 그랬는데, 얼마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내 가장 친한 친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성격이나 말, 행동하는 방식을 보면 내가 고든 레빗 같고, 그 친구가 세스 로건 같은데 아마 그 친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그렇게 봤던건가 싶기도 하고.
그저 생각없이 헛소리나 해대는 줄 알았던 녀석이 자신 몰래 ‘함께 암에 대응하기(Facing Cancer Together)’ 같은 책을 줄까지 그어가며 보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테고, 운전도 못 하면서 친구가 죽기전에는 해봐야 겠다며 차를 위험하게 몰고 위험한 행동을 하려 할 때 ‘널 이렇게 둘 수는 없어’ 라며 버티는 모습에선 일종의 반성감 비슷한 게 들기도 했다. 왜 죽음을 그저 끝이라고만 생각했을까, 살아 있는 나에게 그것은 어쩌면 어떤 감정의 새로운 시작이었는데..
암이라는 심각한 질병을 꽤 경쾌하게 다룬 영화지만 그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주인공이 “왜 사람들은 다 잘될꺼야, 좋아질꺼야 같은 말만 하는거죠? 왜 넌 죽어가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을 못 해요? 그게 날 더 힘들게 해요.” 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는 병상에 있던 친구에게 ‘이게 마지막 사진이 될지도 모르니 찍어두자.’ 라고 말했었다. 물론, 농담처럼 한 말이었지만 그 말이 어쩌면 내 친구를 더욱 편안하게 해 줬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믿고 싶다.
별로 흔한 일은 아니겠지만 암으로 가장 친한 친구를 잃어 본 사람에겐 정말 좋은 영화가 될 것 같다. 아, 그리고 세스 로건같은 친구 한명 있었으면 좋겠다.
2012.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