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화질로 영화를 본다는 것이 영화에 대한 몰입을 이렇게까지 방해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영화.
- 이 영화는 거대 제약회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아프리카인들의 생명을 담보 삼아 제약 실험을 하는……….
- 이 영화는 한 얌전한 성품의 남자가 열정적인 여자를 만나서 겪게 되는 변화를 그리고 있으며……
- 이 영화는 아프리카가 처한 작금의 현실을 보여주며, 작은 힘이라도 보탤 때 조금 더 나은 변화가 오리라는 희망을…
뭐 어떻게 설명해도 맞는데 저 중에서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서 평가는 많이 달라질 것 같다.
다만, 난 개인적으로 아프리카에 가서 면티 입고 눈에 파리 붙은 애들이랑 껴안고 뽀뽀하는 게 전혀 선행이라 생각 않는 사람이기에, 여주인공이 보이는 열정이 그리 곱게 보이지 않았다. 애기들이야 만만하지. 다 큰 성인 붙들고 사탕 한개 쥐어 줘봐. 곧, 칼을 들고 더 한걸 요구하겠지.
여기에 거대 제약회사라는 설정은… 뭐랄까, 우리가 좀처럼 알 수 없는 그 어떤 악의 집단으로서의 기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은데, 그러한 이상을 위해서 자신의 가족 혹은 남편에게 무언의 희생을 강요하는 삶의 방식은 평온한 정원사에게 가하는 폭력은 아니었을까? 그녀가 그 존재 자체로서 타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는 건 부인 할 수 없으나, 과연 그 방식만이 해답이었던가를 생각해 보면 곱게 봐주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어떠한 열정을 위해서 자신을 내던지는 존재는 확실히 매력이 있음은 부인 할 수 없지만, 그것은 누가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그저 남자 주인공처럼 정원 손질이나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 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온전히 끌어 안는 게 인생인게지.
요로코롬 코를 살살 간지럽혀 재채기를 끌어 내려는 느낌을 주는 이 영화보단, 확실히 덧없으면서도 스타일리쉬한 ‘시티 오브 갓’ 이 내 취향에 훨씬 맞는다. 근데, 몇달이 지난 지금 이 글을 다시 보니 엔딩 장면은 확실히 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