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최근 본 국산영화 중에서 가장 황당한 결말이었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한참 전에 본 '하울링' 도 생각나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집에 들어온 김병국(배성우)은 자신들의 가족들을 몰살시킨다. 그 살해 방법이 매우 잔인한 것으로 보아 굉장한 충격을 받았거나 큰 분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니,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의 어머니와 배우자와 자식까지 망치로 때려 죽이겠나. 허나, 그의 분노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야기의 서사 구조도 엉성하지만 그 밖에도 여러가지가 완성도를 떨어 뜨렸던 것 같다.
1. 배성우씨의 표정이 배역의 감정에 별로 안 맞아 보였다. 하정우가 추격자에서 혼잣말로 '안 팔아 넘겼어요. 죽였어요..' 라고 말할 때 남들은 모르는 자신만의 즐거움이 있는 듯한 표정을 보였는데, 여기선 내내 그 느낌이다. 김병국의 비참한 심경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2. 회사 세트가 너무 밝다. 구석구석 환해서 하나도 안 음침하다. 개인적으로 회사 사무실에 있는 칸막이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는지라 더 맘에 안 드는 세트다.
3. 부장 캐릭터가 너무 뻔하다. 머라 머라 지랄을 하는데 별로 안 불쾌했다. 아니, 직원들 자체가 쫄아 있으니 너무 당연한 사무실 분위기랄까.
4. 박성웅이 선한 역할에 안 어울린다. ㅋㅋㅋ 감정의 연결선이 거의 없다. 짜증냈다가, 화내다가, 소리쳤다가, 다정하다가, 마지막엔 '프라이멀 피어' 의 리처드 기어같은 표정으로 고아성을 바라 보지만 고아성에겐 그만한 지능이 없었다. 그냥, 박성웅이 멍청했다.
5. 막판을 보면 '이게 빙의인가?' 혹은 '칼에 신비한 마력이 있나?' 등의 상상을 불러올 법도 한데, 감독은 '나머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라는 식으로 갑자기 쿨한 척을 한다.
6. 고아성의 기죽은 듯한 연기와 갸날픈 체구. 거기에 고의적으로 배성우와 교차시켜 등장시키는 연출은 마치 어떤 초월적 존재가 악한 자들을 단죄하는 듯한 느낌을 풍기나 이 또한 파워가 약하다. 정말 못 생기고 덩치 좋은 여배우를 썼거나, 고아성은 마지막까지 드러내지 않는 방식이 좋았을 것 같다. 근데, 나도 금방 생각하는 이런 걸 생각 못 했겠어. 만들고 보니 뭔가 이상해서 친절하게 만드셨겠지.
201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