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호라이즌. 그것은 한국말로 하면 ‘사건의 지평’이다. 블랙홀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사건의 지평을 넘어서면 다시는 원래의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중력이 너무 세서 빛이 빠져나갈 수 없기 때문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이 영화를 왜 보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나온지 벌써 20년 가까이 된 이 영화는 그저 제목만 알고 있었고, 어쩌다 한번씩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곁가지로 이 영화의 제목도 들려 오곤 했다.
당연히 우주에 대한 이야기거니 했고, 처음엔 그랬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순간 변했다. 무슨 에일리언 같은 영화인가 싶더니 나중엔 헬레이저 같이 생긴 애들도 나온다. 아, ㅅㅂ 우주에서 뭔 이런 그지같은 경우가 다 있지? 하고 부정도 해 봤지만 어느새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나를 발견했다. 좀 미친소리 같지만 그럭저럭 말이 돼!!
게다가, 비주얼이 굉장하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간혹 촌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장면들도 있지만 그래도 훌륭하다. 특수분장들이 다소 혐오스럽긴 하지만 장인의 손길이라 생각하면 그냥 존경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우주에도 파리가 사는지는 좀 의문이지만.
영화에선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이미지도 엿 볼 수 있고, 쥬라기 공원의 선량한 아저씨가 사실은 좀 미친놈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아참! 차원이동을 설명 할 때 드는 예시가 먼 훗날 인터스텔라 에서 그대로 사용되었다는 점이 재밌었다. 아마 이 영화를 기억하던 사람들이라면 인터스텔라가 갑자기 호러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데에서 공포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오마쥬처럼 쓴 걸 보면 쿠퍼의 이름도 우연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