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 재밌다고 극찬을 하고 누군 별로라고 하는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 같아서 직접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로 만들어져서 깊이가 얕은 느낌이다. 달리 말하자면 '시간만 더 들인다면 저 캐릭터들에 대한 깊이를 더 줄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는 말이다. 특히,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 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아니나 다를까 알레한드로가 주인공이 속편이 제작된다고 하는데 (알레한드로 비긴즈?), 그냥 아쉬운 대로 끝내면 안되나 싶기도 하고.. 원빈의 ‘아저씨 비긴즈’ 느낌이랄까?
전개방식을 보면 케이트 메이서 (에밀리 블런트)가 나약하게 끌려가며 거의 관객의 시점으로 극을 보여주기 때문에 ‘뭔지 모르지만 존나 무서운 새끼들이야…’ 라는 시각을 유지시켜 주는 건 괜찮으나, 약해도 너무 약하지 않나? 뭐, 그래서 여배우를 썼는지도 모르겠다. 나름 FBI나 되는 사내가 끝없이 휘말려 다니기만 하면 좀 한심해 보이지 않겠는가. 허나, 애초에 CIA가 고심 끝에 고른 인물 아니던가. 딱, 그 정도 실력과 용도만 갖고 있으면 되는 존재였다. 극 중반에서 술집에서 만나는 사내와의 이야기는 주인공과 흑인 동료가 가진 실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애초에 늑대 소굴에 들어온 한마리 여우의 이야기이고, 늑대소굴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그 속의 늑대들은 쉽게 에너지를 얻었다. 델 토로는 원래 생긴 것 자체가 존재감 쩔게 생겼다지만, 맷 그레이버(조시 브롤린)도 만만치 않다. 어느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이 주는 파워랄까.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도 웃통을 까고 다니는 람보처럼 말이다.
이야기 전달과 인물은 이 정도로 보고.
그 나머지를 영상과 음악이 절묘하게 채운다. 일상적인 살벌함을 다루는 다큐 같은 시선과 전투를 아주 무미건조하게 다루는 방식으로 주인공의 무력감과 긴장감을 증폭시키고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난 헤드폰을 끼고 봤더니 음향을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했다는 걸 더욱 체감한 듯 하다.)
결론은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
2016.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