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5.1ch 홈시어터 시스템을 구축했다. 말이 좋아서 구축이지 아는 사장님이 주신 스피커에 이것저것 주렁주렁 달아 놓은 것 뿐이다. 게다가 아주 지저분하다.
아무튼, 이 영화는 올레tv에서 공짜 영화 중에서 5.1ch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영화. 막상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엄청난 현장감을 주는 건 아니었지만 영화 자체가 좋았다.
한 남자가 우연히 시골 기차역에 내렸다가 우연히 어느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 둘은 다음주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그 둘은 과연 다시 만났고 사랑에 빠졌으며 앞으로도 잘 살았다. 이러면 좋은데 그렇게 순탄하지가 않다. 그 남자의 심장은 자꾸 나대기만 하는데..
제목에서부터 '나쁜 사랑' 이라 뭔가 비도덕적인 행위를 암시하는 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다. 허나, 그들은 과연 나빴던가? 생각해 보면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만든다.
제목은 '그을린 사랑' 을 모티브로 만든건가 싶은데, 원제 3 hearts를 효과적으로 옮기는 말이 그렇게 없나? 세개의 심장도 나름 괜찮잖아. 혹은 세마음?
네이버나 다음에서 평점을 보면 혹평이 꽤 보이는데, 불륜에 관한 내용은 제목처럼 '나쁘다' 라는 인식을 넣고 봐서인게 아닌가 싶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고 문제는 그런 주제에 대한 이해나 공감을 얻는가가 문제인데,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 여주인공이 왜 저런 사랑에 빠지는가에 대한 공감 부분에서 크게 갈릴 수 있겠구나 싶긴 하다.
여주인공 샬롯 갱스부르는 크게 꾸미지 않아 보이는데 아주 매력적이다. 소리없이 화면만 보여줘도 어느 나라 배우인지 알 것 같은 느낌.
몇가지 소품들과 배경이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끌어 나간다.
둘이 만나기로 한 공원 풍경은 센트럴파크를 연상시켰다. 생긴 순서로 보면 파리가 먼저겠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실비가 두번째로 미국에서 왔을 때 밥을 먹던 장면이다. 마크를 한참 외면하다가 문득 마크를 주시하는데 그 눈빛이 참 많은 걸 말한다. 그 강렬함 때문에 아주 오랜 시간 쳐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주시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2017.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