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프로메테우스를 보고 난 경악했다. 아니 70도 넘은 양반이 이런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건가! 세련된 연출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 인간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누가 만들었는가? 같은 종교의 영역까지 건드는 걸 보며 (물론, 극중에선 살짝 타협을 하지만)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다 끝나지 않았으니 후속작을 기다리게 됐다.
엔지니어는 인간과 DNA가 99% 일치한다. 그런데, 왜 그들은 왜 인간을 만들었지? 이와 비슷한 질문을 품은 데이빗은 '인간은 왜 나를 만들었냐' 고 물었고 '만들 기술이 되니까.' 라는 허무한 대답을 들었고, 크게 실망한다. 자신이 고작 그런 이유로 만들어 졌다는 사실에 분노한 것 같다. 그리고, 데이빗은 결국 자신이 신이 되기로 한다.
사실 1편도 잘 보면 데이빗이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 측면이 있었다. 인간을 상대로 시험을 하는가 하면 엔지니어의 언어를 익힌다거나 기계를 조작하는 방법도 배우기도 하는 등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허나, 1편의 마지막은 엘리자베스 쇼 박사가 목만 남은 데이빗을 데리고 엔지니어의 행성으로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비장하게 '왜 우릴 창조했는지 알아내야 겠어..' 라며. 이 얼마나 궁금한 일인가? 아마 내가 전율했던 건 그 부분이었겠지. 엔지니어는 지구인들을 그 행성으로 유도했거나, 혹은 지구로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선 이유를 찾아서 엔지니어의 행성으로 간 뒤의 이야기를 다룬다. 10년 후의 이야기이며 엘리자베스 쇼와 데이빗의 이야기를 다룬다. 커버넌트는 비행선의 이름이며, 전작 프로메테우스도 비행선의 이름이었다.
이번 작품에선 엔지니어와 인간 탄생 배경 등 여러가지가 다뤄질 줄 알았으나.... 영화는 데이빗과 에이리언이라는 크리쳐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어찌 보면 프로메테우스의 구조를 잘 이어 받았다고 할 수 있지만.. 에이리언의 비중을 높이니 뭐랄까.. 그냥, 괴수물이 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이 영화에 이런 걸 기대한 게 아닌데..
그래서, 그 지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에일리언에 대한 추억이나 향수가 있다면 이번 작품은 아마 배트맨 비긴즈 같은 일종의 프리퀄 느낌도 받을 것 같은데, 이미 몇십년 전 영화 아니던가.... 나도 에이리언 1,2,3 다 본 것 같지만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에이리언과의 숨막히는 추격전은 2편에서 나올만큼 나왔고, 에일리언이라는 크리쳐는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같은 영화가 나올 정도로 꽤 우려진 놈인데 새 생명을 수혈하려는 시도는 무의미 할 뿐이고. 여전사 이미지는 시고니 위버에서 이미 종결됐어!!!! ㅋㅋㅋㅋㅋ
졸라 쎈 언니. 시고니 위버.
야릇하게 생긴 H.R.기거 의 피조물들. 여기서 또 뭐가 튀어 나온다.
여러가지 가능성 중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면 이런 이야기도 나왔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고,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크게 빠지진 않는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원한 게 아니라고!! 떡밥을 던졌으면 회수를 해야지!
엔딩 크레딧의 맨 처음에 H.R.기거를 다룰 정도로 그의 창작물을 존중하는 건 좋은데, 이제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