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관에서 일을 하면서 느끼는건데 디지털 사진을 인화하러 오는 분들중에서 많은 분들이 사진을 찍자마자 맡기는 경우는 별로 없더군요. 대부분 인화는 안 하고 파일을 갖고 있다가 특별한 용도가 생겨서 뽑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사진을 찍자마자 가져와서 인화를 하는 분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런 경우는 대부분 말그대로 인화를 위해서 사진을 찍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정리하자면 사진을 촬영한 뒤, 그 사진을 인화하기까지의 텀이 상당히 길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름으로 사진을 찍은 경우엔 현상을 안 하면 볼 수 없었는데, 디지털은 찍자마자 아니 찍을 때부터 사진을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텀이야 둘째치고 사진을 인화하려고 할 경우 많은 분들이 품질은 간과하고 계십니다. Fuji나 Kodak 같은 익숙한 브랜드를 걸어놓은 사진관들이니 알아서 해 주겠지 하고 생각들을 하시는 거겠죠. 물론,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브랜드의 기계들이 어느 정도의 품질은 보장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요소들이 이 사이에 있습니다. 바로 사람이죠.
왜 사람이 중요하느냐면 결국 기계들을 다루는 것은 사람이고, 고객이 맡긴 사진을 처리하는 것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사진의 경우 당연히 컴퓨터를 거치게 되어 있고 그 과정에서 기본적인 색보정을 하게 됩니다. 염료로 프린트하는 다른 모든 경우와 마찬가지로 감색법(감색법의 3원색인 시안(C),마젠타(M),노랑(Y)의 색소를 다양한 비율로 배합해서 어떤 색을 만들어내는 방법. 각 색소는 백색광에서 자신의 색을 뺀 나머지 색의 광선을 만들어낸다. 광선의 모든 파장을 흡수하는 색소는 검정색을 만들어낸다.)을 사용하며, 이때의 기본 4색인 CMYK 를 조정하는 방식이죠.
즉, 이 과정에서 사진을 처리하는 사람의 손길이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저는 어떤 사진이든 정해진 컬러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이 느끼는 색상이 모두 옳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석양의 색을 생각할 때도 저마다의 느낌이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구는 강렬한 주황색을 떠올리는가 하면 누구는 검쟁과 흰색만을 떠올릴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색에 대한 느낌이란 게 있잖습니까? 새벽은 어슴프레한 푸른색, 정오는 눈이 부실 정도로 강한 컨트라스트, 저녁은 고즈넉한 붉은 계통의 색이라는 건 일반적인 상식이며 별다른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런 상식은 교육과 경험에 의해서 얻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즉, 새벽에 사진을 찍어보고 저녁에 사진을 찍어보고, 여름에 찍어보고 겨울에 찍어보고 한 사람. 다시 말해서 경험이 많은 사람이 그러한 느낌을 잘 기억하고 있을 확률이 크다는 것이죠.
그렇게 사람이 손길이 중요하고 심지어 새벽에 찍은 사진을 대낮에 찍은 것처럼 바꿀 수도 있다면 손을 안 대면 그만 아니냐고 물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당부사항이 없는 한 사진에 조금씩은 변형을 가하게 되는 저를 발견하게 되더군요. 사진을 맡기는 고객마다 편차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고객은 '너무 어두운데 좀 밝게 해 주시지 그랬어요?' 라고 묻고 어떤 고객은 말은 안 하지만 '이거 내가 컴퓨터로 봤던 거랑 느낌이 틀리잖아..' 라고 생각할테니까요. 결국 어중간한 평균치로 사진을 조작하게 된다는 겁니다. 물론, 감각이 좋은 사람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지요. 하지만, 분명히 반대의 경우도 존재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디지털이라는 게 워낙에 변수가 많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사진을 컴퓨터로 옮긴 뒤에 보니 카메라 액정에서 보던 것과 너무 다르다고 생각한 적이 있으실겁니다. 그렇게 카메라 액정과 컴퓨터의 색상도 안 맞는데, 여기에 현상소의 모니터와 인화기의 모니터. 인화기에 설치된 컬러 프로파일, 인화지의 상태, 인화기의 상태까지 영향을 미치니 자신이 찍은 이미지에 대해서 갖고 있던 느낌과 틀려지지 않는 게 더 신기한 일이 되는 것이죠. 이러한 기기들 사이에 어느 정도 일정한 색상을 유지하게 하는 프로세스로 CMS(Color Management System)라는 것이 있습니다만, 이러한 기술이 완벽한 색상 관리를 가능하게 해 준다기보단 그만큼 색상관리라는 게 어렵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식의 CMS는 한 회사가 컴퓨터, 디지털 카메라, 현상기, 인화기, 모니터, 인화지 등의 장비를 일괄생산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만 사실 꿈같은 소리죠.
자, 그렇다면 답은 무엇인가?! 답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들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으며 이해할 필요는 더욱 없습니다. 하지만, 사진에 관련된 일을 하거나 사진을 제법 묵직한 취미로 하시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고려해야 될 요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한마디 추가하자면.. 사진은 싸게 빼 준다고 다 좋은게 아닙니다. 인터넷에서 보니 1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한장을 뽑아주는 곳이 있더군요.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세요. 100원짜리 제품을 팔기 위해서 들이는 노력이 어느 정도일지. 100원짜리 제품에서 마진이 아무리 많이 남아봐야 99원이니 10만원을 벌려면 1000장을 뽑아야 합니다. 물론~ 비싸다고 훨씬 더 공을 들인다는 보장은 없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