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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사진관에서 일을 시작한 게 2001년이었는데 벌써 2009년이네요. 그동안 쭈욱 한건 아니고 잠시 샛길로 새기도 했었습니다만... 아무튼, 그동안 참 많은 분들을 찍었고, 많은 얼굴들을 봤고, 대화도 나누고 했드랬죠. 이번엔 증명사진을 잘 찍는 방법에 대해서 적어 볼까 합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고 '이렇게 해야만 한다.' 같은 매뉴얼도 아니니 편안하게 봐 주시면 좋겠네요. ^^
사진관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지루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뭐 이것저것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죠. 언제나 손님이 올거란 생각으로 긴장하고 있다간 쉽게 지쳐 버릴테니까요. 그런 이유로 하는 일들은 인터넷서핑, 인터넷쇼핑, 사진구경, 책보기, TV보기 같은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백화점처럼 똑바로 선 채로 사진관 앞을 지나다니는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거나 그렇진 않죠. 주로 앉아서 이것저것 합니다.
그럴 때쯤 손님이 들어 옵니다. 어떤 일이든 서비스직을 해 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손님이 오는 건 항상 '뭔가를 막 하려던 때' 입니다. 밥을 먹으려고 준비하고 있거나, 화장실에 가려고 할 때인 경우가 많은거죠. 그래서, 사진사의 입장에선 급한 마음이 들 때도 많습니다. 얼릉 찍고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가야 하니까요. (물론, 늘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럴 때 찍는 사진은 비싼돈 들여 찍는 분들에겐 죄송한 이야기지만 약간 대충 찍게 됩니다. 여기서 대충이라고 해서 진짜 막 셔터를 눌러댄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열정이 부족해 진다고 할까요? 그게 어떤 차이냐면.. 기분이 좋을 땐 손님을 억지로라도 웃겨서 웃는 모습을 찍으려고 한다면, 기분이 안 좋거나 맘이 급할 때는 말 그대로 정석대로(그러나, 빠르게) 찍게 된다는 겁니다. 뭐, 저만의 경우일지도 모르니 그저 참고로만 봐 주세요.
그래서, 사진을 찍으러 가시는 분들은 기왕이면 사진사의 표정이 편안한지, 뭔가를 하려던 참은 아닌지를 살짝 파악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왜 내 돈 내고 찍는데 그래야 하느냐구요? 자판기가 언제 돈받으면서 웃는 모습 한번 보이던가요~? 사람이기에 그렇다는 겁니다. 저는 맘에 드는 사진을 찍으려면 기왕이면 손님 입장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싶다면, 사진사를 한번 웃겨 보세요. 아마 꽤 맘에 드는 사진을 찍으실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주의할 게 생각났네요. 그냥, 사진사를 믿으세요. 미용실에 가서 '내 머리 망치면 어쩌지?' 하는 표정으로 앉아 있으면 결국 망쳐지지 않던가요? 미용사도 그 정도 눈치는 있을테니, 평소라면 안 해도 될 부분을 더 잘라내고 정작 항상 하던 부분은 긴장해서 놓치는 수가 생기기도 할 테니까요. 사진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안해 하는 표정은 사진사에게 그대로 전달이 됩니다. 특히나 사진사는 손님 얼굴을 뷰파인더를 통해서 뚫어지게 보고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ㅎㅎ
저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손님이 한분 있는데요. 얼굴이 꽤 예쁜 여자분이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수정하고, 잘라서 드렸더니 '태어나서 찍은 사진 중에서 제일 잘 나왔어요. 고맙습니다.' 하면서 웃으시는 거에요. 뭐, 제가 워낙 사진을 잘 찍고 수정도 잘 합니다만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기분이 좋더군요. 그래서 저는 답례의 말로 '원래 미인이셔서..' 라고 했죠. TV에서 보면 맛집 인터뷰같은 거 하잖아요? 그런 거 보면 주인장들이 항상 하는 말 있죠? '손님들이 정말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죠.' 하는 말. 그게 참 이해가 갑니다. ㅋㅋ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편영화 한편 소개할까 합니다. 사진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참 공감가네요. ^^ 한 15분 정도 하는 영화니까 맘 편히 보세요~. 이 영상을 보시면 사진사의 감정이 사진을 얼마나 달라지게 하는지 조금은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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