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난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거대한 왕의 무덤이며, 노예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현대에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단순노가다의 결정체 & 절대권력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다들 그렇게 알고 있잖남? 그런데, 다큐를 한편 보고 그런 나의 생각은 여지없이 부숴지고 말았다. 어릴적부터 간직한 나의 환상 한가지는 또 이렇게 사라지고 말았다. 다큐에서 나온 내용도 어쨌건 가설이겠지만 워낙 그럴싸해서 이게 맞는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피라미드 근처에서 웬 벽돌이 발견됐다. 그걸 계기로 유적을 발굴하던 탐사팀은 집터를 비롯해 공동묘지를 발견하게 되었고 사람들의 인골을 분석하면서 몇가지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의문1. 사람의 인골을 가만 보니 ‘어라? 팔뼈가 부러졌다가 정성스레 기브스까지 해서 치료한 흔적이 있네?’ 그래서 탐사팀은 의문을 갖게 된다. 채찍으로 때리기도 바쁠텐데 과연 노예의 팔을 그렇게 정성스레 치료해 줬을까? 음.. 뼈를 보니까 임신한 여성의 뼈가 있잖아!? 임신한 여자 노예가 피라미드를 건설했다고? 설마… 어라? 아이들의 뼈도 보여!?
의문2. 피라미드가 왕의 무덤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똑같은 왕의 이름으로 지어진 피라미드가 여러개야. 한 명을 위해서 무덤을 여러개 만들었다고? 이치에 맞지 않잖아?
의문3. 당시 피라미드 건설 인부의 출석기록부가 발견됐다. 어라? 결석이 꽤 많잖아. 사유를 보니.. 숙취!? 동생 결혼에 참석?? 형의 미라를 만드는 데 가 봐서?? 노예가 이러고 다녔다고? 설마..
이런저런 정황들을 살펴 보니 피라미드는 노예가 만든 게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럼, 누가 왜 만들었는가?
이집트의 나일강은 해마다 강이 범람을 했다. 그러나, 이집트인들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려~ 폭우에 홍수가 안 나면 그게 강이여? 시냇물이지.’ 그리하여, 홍수가 나면 편안히 일도 쉬고 볼일도 보고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파라오는 이 꼴이 아주 맘에 안 들었거나, 농민들이 일을 안 하고 놀더니 사건사고가 많아지며 왕권에 대한 의문을 갖는 놈들이 생긴다거나, 농번기에 쌓아둔 곡식이 주체 못 할 정도로 쌓이기만 하고 도저히 쓸데가 없었다던가, 홍수가 나서 대피한 애들이 몸이 근질근질해 죽을라고 했는지 묘안을 하나 생각해 낸다. 바로 피라미드의 건설이다. 인부들에겐 풍성한 먹을거리와 자유가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왕을 위해서 혹은 농업 이외의 무언가에 매진하며 자아실현을 한다던가 하는 이유로 피라미드를 건설했고, 지금까지도 전해지는 위대한 유산이 된 것이다.
또한, 지금의 피라미드는 사막 한복판에 있지만 그 옛날에는 나일강이 범람했을 때 물이 차오르던 끝자락 부근이었다고 한다. 상상속 모습처럼 끝없는 사막을 채찍으로 맞아가며 엄청난 크기의 돌덩어리를 끌거나 민 게 아니라, 배에다 안전하게 싣고 온 돌덩이들을 내려서 올리면 됐다는 것이다. 일하다 더우면 씻으면 그만이고.
이것이 내가 이해한 피라미드에 대한 진실이다. 참으로 그럴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