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치고 굉장히 재밌다. 한국 영화치고 라는 표현이 좀 그럴 수 있지만 그만큼 한국영화에서 기대하지 못 했던 재미를 줬다는 이야기다. 물론, 한국영화이기 때문에 줄 수 있는 재미들도 크다. 아반떼 순찰차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같은 부분들이 주는 현실감 같은 것들 말이다. 매튜 매커니히의 영화를 보면서 텍사스 사투리에 아무런 감흥이 없다면 그건 영화를 100% 즐기지 못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영화를 보면 한국인인게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시작할 때 20세기 폭스 로고가 나오는 게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좋은 영화라면 그들이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한편으로는 그들이 투자하면 어느 정도는 믿고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신뢰를 받았다. 앞으로도 좋은 투자 해 주길.. 외국 자본이 투입되고 외국인들이 돈을 벌어가는 게 나쁜 일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난 사실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다.
근데, 이 영화 연출이 별로라고 하는 사람들디 많던데 이게 왜? 각본은 좋은데 연출이 별로라고? 글쎄다. 인셉션 보고 나오면서 '놀란 개*끼!' 하는 거랑 비슷한 거 같은 느낌인데...
보통 이런 영화가 어느 시점에 가면 긴장도 풀리고 영화에서 한발짝 멀어지는 기분이 들게끔 되는데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이 적다.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
왜 이방인을 일본인으로 했는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주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통역을 거치게 함으로써 주는 묘한 느낌. 가령, 면전에서 쌍욕을 하는데 상대는 못 알아 듣는 장면은 묘한 느낌을 준다. 정말 못 알아 듣는 것인가? 그래도, 대충 느낌은 전달될텐데 변하지 않는 표정을 보면 의아함을 갖게 만든다.
영상도 상당히 괜찮다. 그 추격자에서 보았던 현실적이면서도 음침한 느낌. 가령, 하정우가 살던 집 벽지가 걷어졌을 때의 느낌 같은 것들이 꾸준히 나와 준다. 별로 좋아하는 느낌은 아니지만 영화 자체에는 굉장히 잘 어울린다.
곽도원의 경우 재수없는 역할을 많이 해서 영화와 안 어울릴까봐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아주 잘 어울린다. 내용이 전개 되면서 변화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황정민의 연기도 일품.
아, 음악도 좋았다. 그 굿 벌어질 때 농악 소리 정말 훌륭했다.
201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