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

    아쿠아리스 (Stage Fright, 1987)

    아쿠아리스 (Stage Fright, 1987)

    30년전 영화를 지금 평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그래도 봤으니 몇자 끄적여 본다. 처음에 영화는 어느 뮤지컬 장면으로부터 시작하여 등장인물들이 뭘 하는 사람들이며, 그들의 관계는 어떠한지를 상당히 스피디하게 훑어 준다. B급 영화라고는 해도 적어도 '뭐지? 내가 뭘 놓쳤나?' 싶은 부분이 없다는 건 미덕이라 할만 하겠다. 주인공은 리허설 도중 발목을 다치고 친구를 따라서 병원에 다녀온다. 허나, 가장 가까운 병원이라고는 정신병원 밖에 없었고 하필 그곳엔 12명 아니 16명을 죽인 전직 배우인 미치광이 살인범이 갇혀 있었다. 그 녀석은 손쉽게 결박을 풀고 병원을 탈출하여 주인공을 따라 죽음의 무대로 올라 서는데.. 영화는 그 뒤로도 내내 스피디하다. 처음 살인이 나올 때부터 끔살의 연속이다. 오함..

    겟 아웃 (Get Out, 2017)

    겟 아웃 (Get Out, 2017)

    흑인이 주인공인 영화가 인종에 대한 문제에서 자유로운 케이스는 생각해 보면 그리 흔치 않다. 거의 백인처럼 느껴지는 덴젤 워싱턴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은 많건 적건 인종 문제를 내포하곤 한다. 그 방식도 보통은 은밀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물론, 극중에서 나오는 백인들은 은밀하게 행동하지만 영화 자체는 아주 노골적으로 인종 문제를 다룬다. 이 영화가 '조던 필레' 감독의 첫번째 연출작이라는데 내공이 아주 깊다. 전직이 코미디언이었으니 어느 지점에서 불쾌함과 웃음이 나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역할은 온전히 주인공의 친구인 '로드 윌리엄스' 에게 넘겨 준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흑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높았던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영화에선 '오바마를 세번이라도 찍어..

    Alien: Covenant (2017)

    Alien: Covenant (2017)

    전작 프로메테우스를 보고 난 경악했다. 아니 70도 넘은 양반이 이런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건가! 세련된 연출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 인간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누가 만들었는가? 같은 종교의 영역까지 건드는 걸 보며 (물론, 극중에선 살짝 타협을 하지만)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다 끝나지 않았으니 후속작을 기다리게 됐다. 엔지니어는 인간과 DNA가 99% 일치한다. 그런데, 왜 그들은 왜 인간을 만들었지? 이와 비슷한 질문을 품은 데이빗은 '인간은 왜 나를 만들었냐' 고 물었고 '만들 기술이 되니까.' 라는 허무한 대답을 들었고, 크게 실망한다. 자신이 고작 그런 이유로 만들어 졌다는 사실에 분노한 것 같다. 그리고, 데이빗은 결국 자신이 신이 되기로 한다. 사실 1편도 잘 보면 데..

    영원한 순간 (Everlasting Moments, 2008)

    영원한 순간 (Everlasting Moments, 2008)

    주인공인 마리아는 복권에 당첨되어 카메라를 손에 넣게 된다. 그리고, 카메라를 쓰고 싶다면 자신과 결혼해야 한다며 남편과 결혼을 한다. 그리고, 힘든 인생이 시작된다. 그녀의 남편은 알코올중독에 폭력적이기도 하며 바람까지 핀다. 그야말로 안 좋다면 안 좋은 요소는 다 갖추고 있다. 하지만, 무슨 능력이 있는건지 자녀들을 아주 잘 만든다. 마지막엔 자녀가 거의 6~7명쯤 나온 것 같다. 그러니, 주인공인 마리아의 삶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어느날 우연히 잊고 있던 카메라로 사진을 찍게 되고 잊고 있었던 그녀의 내면의 천재 사진가를 발견한다. 누가? 사진관 주인인 페데르센이. 그녀가 찍은 사진의 가치를 알아 봐주고 그녀에게 앞으로도 사진을 찍으라며 용기를 준다. 그녀는 페르데센의 다정함과 자신..

    나쁜 사랑 (3 HEARTS, 2014)

    나쁜 사랑 (3 HEARTS, 2014)

    집에 5.1ch 홈시어터 시스템을 구축했다. 말이 좋아서 구축이지 아는 사장님이 주신 스피커에 이것저것 주렁주렁 달아 놓은 것 뿐이다. 게다가 아주 지저분하다. 아무튼, 이 영화는 올레tv에서 공짜 영화 중에서 5.1ch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영화. 막상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엄청난 현장감을 주는 건 아니었지만 영화 자체가 좋았다. 한 남자가 우연히 시골 기차역에 내렸다가 우연히 어느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 둘은 다음주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그 둘은 과연 다시 만났고 사랑에 빠졌으며 앞으로도 잘 살았다. 이러면 좋은데 그렇게 순탄하지가 않다. 그 남자의 심장은 자꾸 나대기만 하는데.. 제목에서부터 '나쁜 사랑' 이라 뭔가 비도덕적인 행위를 암시하는 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다. 허나, ..

    Kingsglaive: Final Fantasy XV (2016)

    Kingsglaive: Final Fantasy XV (2016)

    주위에 PS4 가진 사람이 있어서 FF15를 빌렸다. 그런데, 패키지 속에 영화 CD가 들어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봐 봤다. 근데, 생각보다 훨씬 재밌다!! 영화 다 보고서 놀란 게 닉스 목소리가 애런 폴 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브레이킹 배드의 그 배우 말이다. yo bitch. 여기선 아주 멀쩡한 목소리로 말을 하니 느낌이 많이 다르다. 내용도 꽤 괜찮은데 CG가 정말 굉장하다. 마지막에 쿠키 영상에는 ff15 의 주인공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나오는데........ 뭐지....................... 저........ 게임을 시작도 못 하고 있다. 결국, 게임은 시작도 안 해 보고 영화만 보고 돌려 줬다. ㅋ

    나, 다니엘 블레이크 (2016)

    나, 다니엘 블레이크 (2016)

    영국의 사회 복지 제도는 어떨까? 선진국이니까 분명 훌륭하지 않을까? 배울 게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면 이 영화를 보자. 적어도 배울 건 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 영화이긴 한데 거의 모큐멘터리 수준의 극사실주의를 표방한다. 하지만, 슬픈건 이렇게 현실적인 내용이 영화보다 더 비극적이라는 것. 이런 영화들을 볼 때마다 '아, 열심히 돈 모아서 미래를 대비해야지..' 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말미에 나오는 다니엘의 편지 내용처럼 우리들 모두는 이미 열심히 살고 있다. 남에게 피해 안 주고 돈을 벌고, 적당한 값을 지불하며, 다른 사람들을 선의로 대하려고 노력하며, 매일 회사에 늦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은 사회시스템은 우리 모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한다. 행동은 그 후의..

    미드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미드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미국의 과거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추억이 새록새록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니, 미국은 태어나서 작년에 일주일 정도 다녀와 본 거 빼면 뭐 안다고 나에게 그런 일이 있는가 싶지만 정말 그렇다. 이것이 미디어의 영향 아니겠는가. 하도 어려서부터 미국 문화에 노출되다 보니 어느새 물들어 버린 것이다. 어렸을 때 무슨 동네를 돌아 다니면서 두리번 거렸겠는가. 뭐 볼 것도 없었고, 내가 살던 곳은 코딱지 만해서 돌아볼 필요도 없고 집이라기보단 방에 가까운 개념이었다. 어느새 내 본인의 개인적 경험과 추억은 가물가물 해지고 미디어에서 접한 그 무엇들이 베이스로 깔리고, 나이 먹어서 접한 것들이 점층을 이루어 모자이크를 이루어 나가는 식이다. 가령, 얼마전에 본 '머드(2012)' 같은 영화는 그..

    뱀파이어 (Lifeforce, 1985)

    뱀파이어 (Lifeforce, 1985)

    이게 우리나라에선 '뱀파이어' 라는 이름으로 개봉됐었다고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뱀파이어물을 좋아하는데, 마침 좀비물도 좋아한다면 이 영화를 보면 된다. 짬짜면 같은 영화라고나 할까? 하이브리드라고도 할 만한데, 뱀파이어가 물면 물린 사람이 좀비로 변한다. 그래서, 막판쯤 가면 거의 월드워Z 같은 영화가 되어 버리는데 그러면서도 뱀파이어의 전통은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다. 짬뽕을 먹다가 짜장면을 먹어 봤더니 예상외로 맛이 섞이지 않고 고유의 맛을 느꼈을 때의 쾌감이 있다. 그 외에도 오컬트적인 느낌과 최신 학문을 가장한 미신의 변주곡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 밖에도 여기저기 에로틱한 요소가 산재해 있다. 이를테면 처음에 들어가는 외계 우주선의 형태는 여성의 질과 난소의 모양을 연상케한다. 이런 형태들은 ..

    노바디 웍스(Nobody Walks, 2012)

    노바디 웍스(Nobody Walks, 2012)

    어느 아름다운 힙스터의 씁쓸한 추억. 마틴이라는 여자가 LA에 있는 어느 주택에 찾아 온다. 왜냐면, 마틴은 단편 영화를 하나 만들었고 여기에 음향을 넣어야 하는데 음향감독에게 도움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허나, 마틴의 치명적인 매력은 이 가족에게 평지풍파를 일으키는데.. 영화는 전반적으로 '감각' 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엔 낯선 소리들로 청각을 일깨우는 걸로 시작해서, 갈수록 사랑이나 결혼생활이나 배우자 이외의 사람에게 어떤 묘한 감정을 느끼는 것들도 이야기한다. 19금 영화임에도 야하다고 할 장면은 거의 없다. 설마, 편집 당한건 아니겠지? 강렬한 젊음의 (사람에게 이런 표현이 어울리는지 모르겠지만)싱싱함으로 주위 사람들의 혼을 쏙 빼는 여자 혹은 소녀의 이야기는 제법 흔한 소재이면서도 볼 때마다 ..

    머드 (Mud, 2012)

    머드 (Mud, 2012)

    믿고 보는 매튜 매커너히. 기본적으론 주인공 엘리스와 넥본의 성장 드라마 성격을 띄지만 여기에 머드(매튜 매커너히)라는 캐릭터와 사건을 넣음으로써 더욱 알찬 이야기를 만들었다. 사랑, 성장, 폭력 등 몇가지의 메시지가 잘 버무러져 흡입력이 있다. 영화 내내 복선을 친절하게 깔아주기 때문에 잘 따라가다 보면 머드에 대한 호기심 정도만 남게 된다. 그런 점에서 후속작 'Mud : Revenge of the King' 를 기대해 봄직도 하나 나올리가 없지 ㅋㅋㅋㅋ 머드라는 캐릭터는 작가가 어렸을 때 봤던 누군가에 대한 심상이 반영된게 아닐까 싶은 느낌도 드는데, 거기에 스티븐 킹의 '스탠 바이 미' 같은 성장물 비슷한 느낌을 차용한 게 아닌가 한다. 왜냐면 주인공 친구가 리버 피닉스를 연상시키니까.. 게다가,..

    Mood Indigo (무드 인디고, 2013)

    Mood Indigo (무드 인디고, 2013)

    구글 플레이에서 1,200원 주고 구입. 편해서 좋다. ㅎㅎ 미쉘 공드리는 이름만 들어 봤지 그의 영화를 처음 본 것 같은데 꽤 괜찮은 느낌이다. (덧. 아, 이터널 선샤인 감독이었구나!! ㅋㅋ) 우화나 비유같은 묘사로 화면을 그리는 과정에서 스톱모션이나 여타 다양한 방식들에 구애 받지 않고 담아낸 게 좋았다. 내용이 중요한 것이지 허술해 보이거나 자칫 우스워 보일 수 있는 연출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건 좋은 재능이라 봐야 할 것이다. 남자 배우는 얼마전에 봤던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에서 봤던 그 남자였다. 그 영화도 재밌으니 추천. 이 영화와는 또 완전히 다른 느낌을 풍긴다. 이 영화의 연기력을 보고 나니 왜 그런 배역을 맡겼는지 수긍이 가는 느낌. 여자 배우는 포스터로만 봐 오던 그 여자 오드리..

    세인트 빈센트 (St.Vincent, 2014)

    세인트 빈센트 (St.Vincent, 2014)

    빌 머레이와 어느 꼬마 아이의 아름다운 우정 이야기. 60세의 괴팍한 노인 빈센트(아니, 그게 60살이라고?) 와 10살 짜리 꼬마 올리버의 우정 이야기. 꼬마 아이가 나오지만 내용은 아이들에게 그닥 유익한 내용은 아닐 것 같다. 그보다는 오히려 나이가 들어서 자신의 가치에 회의를 느낄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이야기다. 얼마전에 근처 놀이터에 갔더니 6학년 짜리 남자애가 우리 부부에게 말을 걸더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 같았는데 마음씨가 아주 착한 녀석이었다. 아내는 그 아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참 착한 아이라는 말을 연신 했다. 그런데,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그랬을까? 저렇게 작았고 말하는 게 아이 같았을까? 모르는 사람에게 저렇게 어려움 없이 말을 걸었을까? 새삼..

    곡성 (2016)

    곡성 (2016)

    한국 영화치고 굉장히 재밌다. 한국 영화치고 라는 표현이 좀 그럴 수 있지만 그만큼 한국영화에서 기대하지 못 했던 재미를 줬다는 이야기다. 물론, 한국영화이기 때문에 줄 수 있는 재미들도 크다. 아반떼 순찰차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같은 부분들이 주는 현실감 같은 것들 말이다. 매튜 매커니히의 영화를 보면서 텍사스 사투리에 아무런 감흥이 없다면 그건 영화를 100% 즐기지 못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영화를 보면 한국인인게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시작할 때 20세기 폭스 로고가 나오는 게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좋은 영화라면 그들이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한편으로는 그들이 투자하면 어느 정도는 믿고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신뢰를 받았다. 앞으로도 좋은 투자 해 주길.. 외국 자본이 ..

    시카리오(Sicario, 2015)

    시카리오(Sicario, 2015)

    누군 재밌다고 극찬을 하고 누군 별로라고 하는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 같아서 직접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로 만들어져서 깊이가 얕은 느낌이다. 달리 말하자면 '시간만 더 들인다면 저 캐릭터들에 대한 깊이를 더 줄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는 말이다. 특히,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 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아니나 다를까 알레한드로가 주인공이 속편이 제작된다고 하는데 (알레한드로 비긴즈?), 그냥 아쉬운 대로 끝내면 안되나 싶기도 하고.. 원빈의 ‘아저씨 비긴즈’ 느낌이랄까? 전개방식을 보면 케이트 메이서 (에밀리 블런트)가 나약하게 끌려가며 거의 관객의 시점으로 극을 보여주기 때문에 ‘뭔지 모르지만 존나 무서운 새끼들이야…’ 라는 시각을 유지시켜 주는..